스위스중앙은행 '미스터리 주가'

1년새 뚜렷한 이유없이 두 배↑
자사주 매입·투기 가능성 제기
"초안전자산으로 인기" 분석도
스위스중앙은행(SNB) 주가가 지난 한달 반동안 50% 넘게 뛰어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는데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아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8일 스위스 증시에서 스위스중앙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3000스위스프랑(약 351만원)을 돌파했다. 1년 새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약 50% 급등했다. 30일엔 2961스위스프랑으로 장을 마쳤다.스위스중앙은행은 엄연히 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지만 동시에 1907년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회사다. 주요지분(52%)은 각 지방정부 및 지방정부 은행들이 나눠서 갖고 있지만, 나머지 지분 48%는 개인투자자들 소유다. 독일 헨켈과 머크 등의 이사를 맡고 있는 기업인 테오 지게르트가 개인으로선 최대 지분(6.7%)을 보유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은행은 무자본특수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어 자본금이나 주식 등과 전혀 관계가 없는 반면 스위스·일본·그리스·벨기에 중앙은행 등은 주식이 거래되는 주식회사들이다. 1882년 메이지유신 때 설립된 일본은행도 일상적인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형식상 상장사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은 국가 거시경제 안정을 우선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서 주주에게 돌려주는 일반 회사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스위스중앙은행의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주주들과 큰 관계가 없다. 올 상반기 스위스프랑이 워낙 강세를 띠었던 탓에 스위스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스위스중앙은행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스위스프랑 팔자 주문을 냈다. 이 과정에서 해외주식 등 해외통화표시 자산이 6월말 기준 7000억스위스프랑(약 819조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스위스프랑이 유로화 대비 약세를 띠어서 이 은행이 보유한 해외통화표시 자산의 상대적 가치가 커지게 됐다. 그렇지만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은 정해져 있다. 1921년부터 스위스는 법률로 이 은행 주식 1주당 최고 15스위스프랑(약 1만7500원)까지만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어서다.시장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스위스중앙은행이 자사주 매입을 단행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기세력이 붙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그렇게 해서 민간에 풀린 주식을 거둬들이고 공적기능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시 BIS 주식 소유주들은 이 발표가 처음 난 시점의 주가 대비 3배 수준인 주당 2만5000스위스프랑에 주식을 팔 수 있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 내에서 중앙은행 보유자산을 노르웨이 국부펀드(GPIF)처럼 쓰자는 얘기가 있긴 하으나 아직 민간 보유 지분을 매입하자는 구상이 거론되는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보다 온건한 해석은 이 주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초(超) 안전자산’으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3000스위스프랑 언저리라면 배당률이 0.5%에 불과하지만, 10년 만기 스위스 국채를 사면 연 0.15%를 되레 떼이는(마이너스 금리) 것과 비교하면 투자할 만 하다는 설명이다.지정학적 불안이 커질 때는 특히 안전성 대비 높은 수익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