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하면 좋은 일' 넘어 지속가능 경영의 필수 요소

Let"s Master (1)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브랜드 이미지 높이고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
매출과 이익 창출에 도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적 경제영역과 유대
새로운 사업 기회 생길 수도

김도영 < CSR포럼 대표 dykim99@nate.com >
기업의 사회공헌(CSR) 활동은 ‘하면 좋은일’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 요소중 하나다. bhc치킨 임직원이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치킨 한 마리가 판매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적립해 ‘희망펀드’를 조성하는 CSR 활동을 시작했다. 한경자료사진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경영진에게 사업 기획을 보고할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은 “꼭 해야 하나요”란 질문을 받을 때다. 달리 말하면 “안 하면 무슨 문제가 있나요”다. 재무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사회공헌 활동은 경영자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국은행이 2016년 자산 120억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기업을 조사한 데 따르면 한국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6.1%다. 1억원의 사회공헌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6억원의 매출이 필요한 셈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한다. 전경련이 발간한 ‘2016년 주요 기업ㆍ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주요 기업 255곳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조9000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6.8%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지출 수준은 세전 이익 대비 일본이 1.9%, 한국이 3.32%로 일본보다 1.7배가량 높다. 매출액 대비로 봐도 일본 0.11%, 한국 0.19%로 한국 기업이 더 많다. 이렇듯 우리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회적 책임 수행의 한 형태다. 기업의 본질적인 경제 활동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는 일련의 대 사회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로 지역사회를 위한 참여를 의미한다. 당연히 기업의 자발적인 활동이다.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기업시민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기업에 기대하는 책임이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 중 하나로서 공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 국제표준 요구에 부응기업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사회 참여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거대 규모로 성장해 국가의 일부 기능까지 담당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발전한 대기업에는 더욱 그렇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은 국제 표준을 통해서도 공론화되고 있다. 유엔 글로벌 컴팩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ISO26000 등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규정하고 강제하는 다양한 국제표준에서도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성실히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 등 선진 기업과 교역 시 국제표준은 치명적인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 거래 조건으로 국제표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증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년간의 실적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기업만이 대응할 수 있게 된다.

# 법률과 규정으로 의무화

IBK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회사법을 개정해 2014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매출 100억루피(약 1800억원) 이상, 자산 50억루피 이상, 순이익 5000만루피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직전 회계연도 3개년 평균 순이익의 2% 이상을 사회적 책임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다.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을 자율에 맡기지 않고 강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인도와 같이 점차 CSR을 의무화하는 법률이나 규정을 제정하고 있다.◆사회적 책임투자의 활성화

사회적책임투자(SRI)란 기업에 투자할 때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기준 세계 SRI 규모는 22조9000억달러(약 2경 6000조원)에 달한다. 전년에 비해 무려 25%나 증가한 수치다. 총 운용자산 대비 SRI 비중이 26.3%나 된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공단, 사학연금관리공단,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에서 공적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업이 투자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준수하고 사회공헌을 실효성 있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구성원의 만족도와 연관기업의 구성원,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이 속한 기업이 얼마나 좋은 기업인가에 큰 관심이 있다. 국제적 여론조사기관인 글로벌스캔의 캘리 맥엘하니 이사는 저서 《Just Good Business》에서 CSR은 종업원 만족과 직결돼 있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과 구성원이 운명 공동체로 인식되는 한국에서는 더 중요한 부분이다. 인재 확보와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이윤 창출의 새로운 원천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해 매출과 이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BoP(Base of Economic Pyramid)는 하루 2달러, 연간 300달러로 살고 있는 해외 개도국 저소득층을 칭하는 용어다. BoP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 사람당 구매 능력이 적을지라도 그 규모가 세계 총 인구의 70%인 40억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피라미드의 밑부분처럼 큰 시장 규모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 모기 살충제가 처리된 말라리아 예방용 모기장을 5달러에 판매한 사례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현지에 모기장 공장을 세워 고용도 창출하고 저렴한 가격의 모기장을 보급해 말라리아도 예방한다. 사업성도 높다.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BoP층에 도움도 주고 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은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접근 채널을 가지게 된다.

◆4차 산업혁명 키워드는 공유경제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진화 방향은 공유경제다.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경제를 의미한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공유경제 시대가 열린다고 예측했다. 공유경제는 기업에 다소 생경한 개념이나,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는 활발한 논의와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에서 사회적 경제 영역과 긴밀히 관계 맺으며 협조하고 있는 기능이 바로 사회공헌이다.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공유경제를 배우고 또 기업과 접목하는 방안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도영 < CSR포럼 대표 dykim99@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