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인터뷰] 김동연 "세무서별 종교인 과세 전담 직원 둘 것"

"세수와 관계 없어…근로 장려금으로 나가는 돈 더 많을 수도"
"추가 증세 여부는 국민적 공감대 필요"
정책팀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내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세무서마다 전담 직원을 두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종교인들은 한 번도 소득세를 신고해본 적이 없고 그런 개념도 없으므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종교인 과세 포인트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종교인들이 알기 쉽고 간결하게, 그리고 편하게 소득세를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인 과세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해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진통 끝에 2015년 12월 법제화했지만 정기국회에서 2년 미루자고 해 도입이 2018년 1월로 미뤄졌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4개월가량 앞두고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달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늦추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현재로서는 내년 종교인 과세가 도입된다고 보고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김 부총리는 종교인 과세 준비 차원에서 지난달 30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 31일에는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를 예방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내년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모든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종교계 의견을 겸허하게 들어 보완책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를 위해 종교인들을 존중하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김 부총리는 누차 강조했다.김 부총리는 "신앙에 대한 종교인의 자부심, 긍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또 한해에 뚝딱 할 수는 없고 중장기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탈세 제보나 세무조사 등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같은 종단, 종교시설에서 서로 충돌이 있으면 탈세를 제보하는 등 문제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최대한 종교계 입장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종교계가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운용의 묘를 살려 슬기롭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종교계 과세로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 자체는 미미하다.

최근 1년간 천주교 등을 중심으로 일부 종교인이 낸 세금은 84억원 정도다.

정부는 앞으로 종교인 과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20만명, 세액은 100억원 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총리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서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돈을 걷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그런 것과 종교인 과세는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근로 장려금(EITC) 등으로 (종교인에게) 나가는 돈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인 소득이 과세 대상으로 잡히면 일하는 저소득층에 지급되는 EITC를 받는 종교인이 생길 수 있다.

종교인 대부분이 소득이 낮아 EITC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일정 소득 이하인 종교인들에 지원해주는 것은 좋다고 본다"며 "그분들이 좀 더 편하게 종교활동을 하고 신앙인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새 정부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김 부총리는 어떤 세목을 언제 올리지 등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총리는 "조세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세제를 끌고 갈지, 정책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두 가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세를 통한 재원조달은 국민적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첫째 정부가 하려는 일에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그다음에는 증세와 세출 구조조정, 국채 발행 등 어떤 방법을 택할지 국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증세 필요성에 동의한다면 어느 세목에서 얼마만큼을 올리지 의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추가 증세는 이 같은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서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절반에 달하는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을 떨어뜨리는 점도 긍정·부정적 영향이 혼재돼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 조정은 국민 개세주의를 실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저소득층 세 부담을 늘리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경기와 투자 활성화 차원의 감세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화한 것이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감세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금년 세법개정은 소득공제되는 엔젤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혁신성장 지원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이어 "앞으로도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경우 조세 정책이 적극적인 역할 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