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큐! IPO]휴럼③ '발명가' '독서왕' 김진석 대표 "기존 비즈니스 모델? 없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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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차별화로 기업이 강해질 수 없다고 본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째로 바꿔야 진짜 차별화다."
1998년, 30대 초반에 '1인 창업자'로 사업을 벌인 김진석 휴럼 대표(50·사진)는 스스로 '발명가'라고 불렀다. 창업 이후로 3년 또는 5년 단위의 경영전략을 짜놓고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외형(매출액)과 이익 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이다.김 대표는 사내 회의가 없다면 저녁 술자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고객'이 가장 중요하고, 고객이 찾지 않는다면 이른바 '저녁 문화'를 통해 쌓는 인적 네트워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믿었다.
그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매일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독서'로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고 마케팅 전략의 해법을 찾는다고 했다. 동일한 주제의 책을 한번에 50~60권씩 구입해 보는 '주제 독서'를 한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 '나아갈 길'을 엿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바이오 전공자가 아니다. "난 최고경영자(CEO)이지 개발자나 기술자가 아니다. 경영자로서 바이오 회사를 운영해 나갈 수 있는지 평가받고 역량을 인정받으면 된다. 그래서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펀딩(투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국문학 전공자가 창업에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 졸업 후 학군사관(ROTC) 장교로 군대를 갔는데 취업 정보를 쉽게 구해 보지 못했다. 하사관이나 전방부대 장교들은 취업 정보를 구하기 더욱 어렵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것이 사업이라고 본다. 이 불편함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금융업계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할 때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경영학을 다시 공부해 창업을 준비했다."▶ 1인 창업인가.
"그렇다. 300만원을 가지고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뒤쪽에 3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중고 복사기를 들여놓자마자 국방일보에 광고를 냈다. 1개월에 5만원, 3개월에 12만원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취업정보를 스크립해 전방부대에 사서함으로 붙였다."
▶ 두 번째로 벌인 사업은 무엇인가. "취업정보 제공 사업은 일주일에 하루만 일했다. 남은 시간에 할 일을 찾아다녔고, 일본에서 여성용품을 수입해 홈쇼핑에 팔아보기로 했다. '홈쇼핑 1세대'다. 첫 방송에서 30분 만에 1억원 어치 제품을 팔았다. 깜짝 놀랐다."
▶ 사업에 실패한 경험도 있는지.
"여성용품 이후에 커피를 팔아서 푸드쪽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당시 L그룹의 커피 특판을 맡았다가 적잖은 손해를 입었다. 이 때부터 커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커피 유통과 마케팅 관련 국내 논문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단국대학교에서 1년간 시행한 커피 전문가과정도 이수했다. 그때의 경험이 휴럼의 한 축인 카페 원재료 사업(아임요)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 요거트 프랜차이즈를 해외에서 시작했다.
"커피 유통사업을 하면서 나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국내 시장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대부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다시 서초동 도서관에서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확산 과정을 공부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제품과 인수·합병(M&A)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성공해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로스앤젤레스(LA)에 '요거베리' 첫 매장을 열었다."
▶ '요거베리', 해외 20개국(매장 200여곳)에 진출했다.
"'10년짜리 프로젝트'를 세우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 '2세 부자들'을 공략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를 둔 2세들이 미국에서 지내면서 가벼운 프랜차이즈를 자국으로 들여가는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국내의 베니건스, 스타벅스, 닥터로빈 등도 이 같은 외식산업의 성장 과정 중 하나다. 이 전략을 썼다. '지방이 없는 아이스크림'이란 건강 마케팅으로 두바이 사업가의 2세를 만나 설득했다. 이렇게 두바이와 상파울루 등을 거점으로 해외 매장의 성공 사례를 늘려 나갔다."▶ 비전기식 요거트 메이커로 유명하다.
"스타벅스는 커피만 팔지 않는다. 커피 용품도 만들어 판다. 요거베리 매장에서 팔 수 있는 요거트 용품을 찾아봤다. 이 과정에서 요거트 메이커의 니즈를 확인했고 전기식이 아닌 비전기식 요거트 메이커 개발에 돌입했다. 2012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4년 8월께 시장에 나왔다. 제품 출시 4개월 만에 홈쇼핑에 런칭했고, 첫 방송 40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한 달에 10만~20만대씩 팔려나갔고 200만대 이상이 주방을 차지하고 있다."
▶ 비전기식으로 개발한 이유는.
"세상에 없던 걸 만들고 싶었다. 당시 요거트 메이커는 대부분 전기식이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하드웨어격인 요거트 메이커를 싼 가격에 가능한 많이 파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일단 많이 팔려야 소프트웨어격인 유산균 스타터(발효 균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이렇게 탄생한 비전기식 요거트 메이커는 뜨거운 물로 유산 종균을 발효시킨다. 이 제품의 경우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디자인(핑크색 우유각 모양)에 좀 더 초점을 맞췄고 주방에서 또는 냉장고만 열어봐도 알아볼 수 있도록 브랜드 노출 전략에 노력을 기울였다."
▶ 전략기획실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할 때 차기 성장동력이 없으면 안 된다. 성장 중에도 5년 뒤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영 목표다. 그래서 2015년 10월에 KT&G 자회사였던 연구 중심의 건강 바이오기업인 휴럼을 인수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경력직 채용으로 인재를 모았고 전략기획실을 꾸렸다. 5년 뒤 M&A 계획도 세웠다. 기업공개(IPO)를 거쳐 투자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 NH투자증권과 상장 주관 계약을 맺고 코넥스를 거쳐 안전하게 상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 바이오사업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지.
"'100세 시대'다. 예전엔 40대부터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었는데 요즘 30대부터 수요가 늘고 있다. 과거 비타민이 차지하던 시장을 유산균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슬 유산균'을 개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적극적인 C&D(Connect & Development) 방식을 통해 외부의 지적재산과 결합(Connect)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 사업쪽으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짜뒀다."
▶ 5년 뒤 중장기 전략을 말해달라.
"'천연물 신약'이 다음 주인공이다. 이미 전세계를 상대로 M&A 대상 기업들을 분석 중이다.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연구·개발(R&D)과 C&D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기울여 '진화'해 나갈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를 꾀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겠다."
▶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난해 '독서경영우수직장'으로 뽑혔다.
"맨 처음 성장동력을 찾을 때 전략실에서 논문 분석에 들어간다. 빠른 시간 안에 관련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틈새 시장'이 무엇인지 포착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게 책이다. '지식 경영'으로 볼 수 있는데 매주 수요일 오전에 강의와 세미나 등 다양한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책갈피'라는 독서모임도 갖고 있고 '휴럼 아카데미'를 열어 직원들에게 발명·협상·디자인 등을 공부한다.☞ [레디 큐! IPO]휴럼① '메디컬 푸드' 바이오기업…KONEX로 첫발
☞ [레디 큐! IPO]휴럼② KTB네트워크의 투자 이야기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1998년, 30대 초반에 '1인 창업자'로 사업을 벌인 김진석 휴럼 대표(50·사진)는 스스로 '발명가'라고 불렀다. 창업 이후로 3년 또는 5년 단위의 경영전략을 짜놓고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외형(매출액)과 이익 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이다.김 대표는 사내 회의가 없다면 저녁 술자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고객'이 가장 중요하고, 고객이 찾지 않는다면 이른바 '저녁 문화'를 통해 쌓는 인적 네트워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믿었다.
그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매일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독서'로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고 마케팅 전략의 해법을 찾는다고 했다. 동일한 주제의 책을 한번에 50~60권씩 구입해 보는 '주제 독서'를 한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 '나아갈 길'을 엿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바이오 전공자가 아니다. "난 최고경영자(CEO)이지 개발자나 기술자가 아니다. 경영자로서 바이오 회사를 운영해 나갈 수 있는지 평가받고 역량을 인정받으면 된다. 그래서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펀딩(투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국문학 전공자가 창업에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 졸업 후 학군사관(ROTC) 장교로 군대를 갔는데 취업 정보를 쉽게 구해 보지 못했다. 하사관이나 전방부대 장교들은 취업 정보를 구하기 더욱 어렵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것이 사업이라고 본다. 이 불편함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금융업계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할 때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경영학을 다시 공부해 창업을 준비했다."▶ 1인 창업인가.
"그렇다. 300만원을 가지고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뒤쪽에 3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중고 복사기를 들여놓자마자 국방일보에 광고를 냈다. 1개월에 5만원, 3개월에 12만원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취업정보를 스크립해 전방부대에 사서함으로 붙였다."
▶ 두 번째로 벌인 사업은 무엇인가. "취업정보 제공 사업은 일주일에 하루만 일했다. 남은 시간에 할 일을 찾아다녔고, 일본에서 여성용품을 수입해 홈쇼핑에 팔아보기로 했다. '홈쇼핑 1세대'다. 첫 방송에서 30분 만에 1억원 어치 제품을 팔았다. 깜짝 놀랐다."
▶ 사업에 실패한 경험도 있는지.
"여성용품 이후에 커피를 팔아서 푸드쪽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당시 L그룹의 커피 특판을 맡았다가 적잖은 손해를 입었다. 이 때부터 커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커피 유통과 마케팅 관련 국내 논문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단국대학교에서 1년간 시행한 커피 전문가과정도 이수했다. 그때의 경험이 휴럼의 한 축인 카페 원재료 사업(아임요)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 요거트 프랜차이즈를 해외에서 시작했다.
"커피 유통사업을 하면서 나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국내 시장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대부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다시 서초동 도서관에서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확산 과정을 공부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제품과 인수·합병(M&A)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성공해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로스앤젤레스(LA)에 '요거베리' 첫 매장을 열었다."
▶ '요거베리', 해외 20개국(매장 200여곳)에 진출했다.
"'10년짜리 프로젝트'를 세우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 '2세 부자들'을 공략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를 둔 2세들이 미국에서 지내면서 가벼운 프랜차이즈를 자국으로 들여가는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국내의 베니건스, 스타벅스, 닥터로빈 등도 이 같은 외식산업의 성장 과정 중 하나다. 이 전략을 썼다. '지방이 없는 아이스크림'이란 건강 마케팅으로 두바이 사업가의 2세를 만나 설득했다. 이렇게 두바이와 상파울루 등을 거점으로 해외 매장의 성공 사례를 늘려 나갔다."▶ 비전기식 요거트 메이커로 유명하다.
"스타벅스는 커피만 팔지 않는다. 커피 용품도 만들어 판다. 요거베리 매장에서 팔 수 있는 요거트 용품을 찾아봤다. 이 과정에서 요거트 메이커의 니즈를 확인했고 전기식이 아닌 비전기식 요거트 메이커 개발에 돌입했다. 2012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4년 8월께 시장에 나왔다. 제품 출시 4개월 만에 홈쇼핑에 런칭했고, 첫 방송 40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한 달에 10만~20만대씩 팔려나갔고 200만대 이상이 주방을 차지하고 있다."
▶ 비전기식으로 개발한 이유는.
"세상에 없던 걸 만들고 싶었다. 당시 요거트 메이커는 대부분 전기식이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하드웨어격인 요거트 메이커를 싼 가격에 가능한 많이 파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일단 많이 팔려야 소프트웨어격인 유산균 스타터(발효 균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이렇게 탄생한 비전기식 요거트 메이커는 뜨거운 물로 유산 종균을 발효시킨다. 이 제품의 경우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디자인(핑크색 우유각 모양)에 좀 더 초점을 맞췄고 주방에서 또는 냉장고만 열어봐도 알아볼 수 있도록 브랜드 노출 전략에 노력을 기울였다."
▶ 전략기획실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할 때 차기 성장동력이 없으면 안 된다. 성장 중에도 5년 뒤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영 목표다. 그래서 2015년 10월에 KT&G 자회사였던 연구 중심의 건강 바이오기업인 휴럼을 인수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경력직 채용으로 인재를 모았고 전략기획실을 꾸렸다. 5년 뒤 M&A 계획도 세웠다. 기업공개(IPO)를 거쳐 투자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 NH투자증권과 상장 주관 계약을 맺고 코넥스를 거쳐 안전하게 상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 바이오사업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지.
"'100세 시대'다. 예전엔 40대부터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었는데 요즘 30대부터 수요가 늘고 있다. 과거 비타민이 차지하던 시장을 유산균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슬 유산균'을 개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적극적인 C&D(Connect & Development) 방식을 통해 외부의 지적재산과 결합(Connect)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 사업쪽으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짜뒀다."
▶ 5년 뒤 중장기 전략을 말해달라.
"'천연물 신약'이 다음 주인공이다. 이미 전세계를 상대로 M&A 대상 기업들을 분석 중이다.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연구·개발(R&D)과 C&D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기울여 '진화'해 나갈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를 꾀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겠다."
▶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난해 '독서경영우수직장'으로 뽑혔다.
"맨 처음 성장동력을 찾을 때 전략실에서 논문 분석에 들어간다. 빠른 시간 안에 관련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틈새 시장'이 무엇인지 포착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게 책이다. '지식 경영'으로 볼 수 있는데 매주 수요일 오전에 강의와 세미나 등 다양한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책갈피'라는 독서모임도 갖고 있고 '휴럼 아카데미'를 열어 직원들에게 발명·협상·디자인 등을 공부한다.☞ [레디 큐! IPO]휴럼① '메디컬 푸드' 바이오기업…KONEX로 첫발
☞ [레디 큐! IPO]휴럼② KTB네트워크의 투자 이야기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