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北, 예상보다 3년 빨리 증폭핵분열탄 제조"

북한이 당초 2020년께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할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 집단의 예상을 뒤집고 3년 빠르게 핵기술을 진전시켰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3년 전 존스홉킨스대학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당시만 해도 북한이 2020년 전에는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북한이 2020년 100kt 위력의 1단계 열핵폭탄(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할 것으로 내다봤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번 제6차 핵실험의 의미에 대해 "북한이 지금까지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을 이용한 15kt급 핵 역량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 실험은 핵융합 물질로 위력을 6배 정도 키운 것"이라면서 "북한이 기존 15kt급 핵무기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무기급 우라늄을 포함시켜 실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 역량에 대해 "5대 핵보유국만이 (수소탄) 역량을 증명했을 뿐"이라면서 "파키스탄과 인도는 그런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핵실험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가능하리라 여겨지지만 증명한 적은 없다"고 평가했다.그는 핵 동결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면서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는 모든 비밀 시설들뿐 아니라 모든 핵무기 제조 과정이 다 포함돼야 동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과거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국제사찰단이 수년 동안 해당 시설에 접근할 수 있었으나 군사시설에는 일체 다가갈 수 없었던 한계점을 들어 북한과의 핵 협상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탄' 핵실험이라는 북한측 주장에 대해 "불활성기체나 다른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지 못하면 영영 알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시간이 지난 뒤 핵실험 상황을 아는 첩보원이나 탈북자가 나와서 누설하지 않을 경우 실험에 사용된 핵무기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