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득 감안한 '신 DTI'… 젊은층 주택대출 한도 늘어난다

윤곽 드러난 새 대출규제

금융연구원, 새 대출기준 초안 발표…정부 2018년초 시행
주택대출 때 2~3년간 소득으로 심사
카드 사용액 등은 80~90%만 소득 인정
미래소득 줄어드는 5060 대출한도는↓
정부가 내년 초 도입하기로 한 ‘신(新)DTI’의 윤곽이 나왔다. 신DTI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를 정하는 잣대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체할 새로운 기준이다. 정부 용역을 받은 한국금융연구원이 5일 세미나에서 신DTI의 ‘초안’을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담대 한도를 산정하는 기준인 원리금상환액 및 연소득 평가방식이 대폭 바뀔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담보인정비율(LTV)과 DTI 한도 내에서 무조건 대출하는 관행을 벗어나 차주(借主)의 소득·채무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기준 어떻게 바뀌나

DTI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때 원리금상환액에는 신규 주담대 원리금만 포함된다. 기존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은 원금을 제외하고 이자만 반영된다. 신DTI가 도입되면 이 같은 원리금상환액 산정기준이 바뀐다. 신규 주담대 원리금뿐 아니라 기존 주담대 원금 및 이자까지 합산해야 한다는 게 금융연의 제안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의 대출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서 다주택자는 주담대를 한 건 이상 받은 상태에서 신규 주담대를 받으려는 차주다.

예컨대 1억원의 주담대(만기 10년 분할상환, 금리 연 3%)가 있는 연 소득 5000만원의 A씨를 가정해보자. A씨가 신규 대출을 신청할 경우 지금은 DTI 50%를 기준으로 1억9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DTI가 도입되면 기존 대출 1억원의 원리금까지 연간 상환액에 포함돼 같은 조건에서 신규 대출 가능액이 1억1000만원가량으로 줄어든다. 김영도 금융연 연구위원은 “기존 대출 원금을 포함하지 않는 현행 DTI는 대출 상환부담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DTI의 분모에 해당하는 소득 평가방식도 바뀐다. 지금은 대출 신청 직전 1년간 연 소득만 따진다. 하지만 금융연은 신DTI 도입에 맞춰 2~3년 동안의 연소득을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늘거나 줄어드는 등 소득 안정성이 없으면 대출을 덜 해주라는 얘기다.

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 신용카드 이용액 등 신고소득 서류를 제출할 경우 소득을 80~90%만 반영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금융연은 차주의 연령대를 감안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0대 이상 고령자가 30년 이상 장기대출을 받을 경우 지금은 별다른 제약이 없지만, 앞으로는 미래소득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대출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아울러 금융연은 신DTI가 50% 이상인 고위험대출 비중을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전체 주담대의 5% 이하로 유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규제하는 DTI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차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출 많으면 상환계획서 제출”

금융연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방안도 이날 발표했다. DSR은 DTI와 달리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금, 이자를 합산해 매년 갚아야 할 빚의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금융연은 DSR을 정부 규제로 도입하기보다 은행 자율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주택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담보대출 등 다양한 대출 가운데 어떤 대출을 DSR 평가 때 반영할지를 은행들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의미다.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DSR 비율이 높은 차주에 대해선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상환계획서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소득 대비 갚아야 할 금융부채가 많은 고위험 차주에 대해선 정확한 상환 일정을 평가해,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조여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연은 또 DSR을 계산할 때 대출 상환일정과 미래 예상소득을 연동해 평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개별 차주의 5년 또는 10년간 예상소득을 파악한 뒤, 이 기간에 연간 대출 상환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식이다. 소득이 일정한 차주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더라도 2년 뒤 이 대출이 없어지는 점을 감안해 DSR 계산 때 전세자금 대출 원금은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태명/이현일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