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표연설 거부한 한국당… 청와대로 몰려가 대통령 면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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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장기화 땐 역풍 우려국회가 5일 자유한국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었지만 한국당이 연설을 거부하고 불참하면서 개의도 못했다.
문 대통령 러시아 방문 6~7일 장외투쟁 잠정 중단키로
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전날부터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국회 의사일정 참여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역사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도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의 입장을 국민에게 생중계로 알릴 수 있는 연설 기회까지 포기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포기하고 한·미 동맹 강화와 전술핵 재배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등 북핵 위협에 대응한 실효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면담하고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등 장외투쟁도 벌였다. 문 대통령 면담은 불발됐다.
당내에선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양당 구도가 아닌 다당 구도에서 국회 보이콧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완급을 조절하면서 여론 추이를 살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6~7일엔 국회 보이콧은 계속하되 장외투쟁은 잠정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 순방을 갔을 때 장외투쟁은 중단하는 것이 정치 도의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 뒤엔 더욱 가열차게 방송 장악 포기와 대북 정책 수정 등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장외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여당은 한국당을 비난하며 국회 보이콧 철회를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공영방송 사장이라고 해서 법 집행 앞에 특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며 “한국당이 주장하는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는 그야말로 혹세무민”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