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학습 마친 'IBM 왓슨'…AI 대중화 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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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고드는 인공지능“밤잠을 설쳤는데 분위기 좀 바꿔줘.” “알겠습니다. 힘 나도록 흥겨운 음악을 틀어 드릴게요.”
SK C&C, 왓슨 바탕으로 만든 기업용 AI 플랫폼 '에이브릴' 출시
대화·자연어 이해 등 15개 서비스…금융·헬스 등 100여개 기업서 사용
삼성·LG·SK '챗봇' 삼국지
LG CNS, 빅데이터 플랫폼 'DAP'…삼성SDS, 대화형 인공지능 공개
생산성 향상·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도움
아침에 눈을 뜨니 인공지능(AI) 로봇이 신체 리듬을 확인하고 오늘 날씨를 알려준다. 아침식사를 하며 챗봇을 통해 보험 가입 상담을 받고, 사무실에서는 채용 관리 솔루션의 도움을 받아 입사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한다. 퇴근길에 들른 병원에서는 의사가 ‘항생제 선택 어드바이저 AI’의 조언을 받아 처방전을 써준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플랫폼 IBM ‘왓슨’이 만들어 갈 가까운 미래의 얘기다.그동안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국내 진출이 막혀 있던 왓슨이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국내 기업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국내에도 AI를 응용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AI 대중화’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주) C&C는 6일 서울 서린동 SK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왓슨을 바탕으로 한 기업용 AI 서비스 개발 플랫폼 ‘에이브릴(Aibril)’을 정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SK C&C는 지난해부터 한국 IBM과 왓슨 한국어 버전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날 에이브릴의 핵심 요소인 왓슨 한국어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8종이 공개됐다. API는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묶음을 뜻한다.
이번에 공개된 왓슨 API는 대화, 자연어 이해, 언어번역 등 6개 분야 15개 서비스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 C&C 관계자는 “에이브릴은 전 사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고객을 위한 활용법 교육 프로그램과 창업 경진대회인 해커톤 행사 등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API를 이용하려면 에이브릴 포털(www.aibril.com)에 접속한 뒤 자사 서비스에 맞는 API를 골라 블록을 조립하듯이 결합하면 된다. 해당 API에 데이터를 복사해 붙여넣거나 갖고 있는 파일을 그대로 올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 선호도를 분석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고객 정보를 에이브릴에 입력하면 문서전환 API가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자동 변환하고, 성향분석 API가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알려준다. 대화 서비스를 켜고 20대 고객의 선호 물품을 물어보면 자연어 이해 서비스가 관련 답을 알려주는 식이다.
연말까지 음성서비스 STT(음성을 텍스트로 자동변환)·TTS(텍스트를 음성으로 자동변환) API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베타 버전(시험판)을 공개한 뒤 100여 곳이 넘는 기업이 에이브릴을 쓰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국내 3대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잇달아 기업용 AI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SK C&C에 앞서 LG CNS가 지난달 클라우드 기반 AI 빅데이터 플랫폼 ‘DAP’를, 삼성SDS는 이달 5일 기업용 대화형 AI 플랫폼 ‘브리티’를 공개했다. AI 관련 서비스가 일상생활에 한층 더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문진 SK C&C 에이브릴사업본부장은 “왓슨 API의 장점은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검증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금융, 헬스케어, 유통, 서비스 등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출시되는 왓슨 API를 한글화해 에이브릴에 추가하면서 활용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