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실험' 삼성전자 직원들, '몰래 야근' 위해 인사팀과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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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획일화의 덫'삼성전자 영업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과장급 직원 이모씨는 요즘 실제 퇴근시간보다 일찍 출입등록기에 퇴근 카드를 찍는다. 거래처 발굴과 관리를 위해 매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달부터 해당 부서가 주당 근로시간 상한선을 종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퇴근카드 일찍 찍고 업무
토·일요일 연속 출근 못하게 출입통제 시스템 바꾸기도
이씨는 “퇴근 카드를 미리 찍은 뒤 나중에 실제로 퇴근할 때는 경비원에게 출입 통제 장치를 열어달라고 한다”며 “업무는 과거와 동일한데 무조건 근무시간을 줄이라고 하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회사 차원에서 근무시간을 줄이라는데 그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우리 같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라는 답이 돌아왔다. 과거 두 시간에 하던 일을 갑자기 한 시간에 해결할 능력도 없다고 했다.근로시간 단축 방침에도 ‘몰래 야근’하는 직원이 많다 보니 인사팀도 나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연구개발(R&D)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토요일에 출근한 직원은 일요일에는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R&D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허용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직원이 많은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지키도록 하기 위한 부서장들의 관리·감독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초 경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 등지에서는 삼성전자 임원을 대상으로 ‘정시 퇴근’을 주제로 한 단체교육이 열렸다. 교육을 이끈 인사팀 관계자는 “잘못하면 대표이사가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는 전언이다.
일부 삼성 계열사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직원들의 주당 누적 근로시간 현황을 담당 부서장에게 보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실적’을 확인하도록 하는 한편 주말 및 휴일 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하라는 무언의 압박”(삼성 관계자)이라는 해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