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전자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 IT가 취약점으로 드러났는데

40대 이상 되는 분(‘아재’의 기준인가요?)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1980~1990년대 일본 전자산업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소니, 아이와, 파나소닉, 도시바, 후지쓰, 히타치 등등의 브랜드가 지녔던 위상이 요즘과 얼마나 달랐었는지를.

그렇습니다. 1990년대초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된 이후, 잘 아시는 것처럼 일본 전자업체들의 위상도 급속히 허물어졌습니다. 이런 일본 전자(및 IT)업체들의 현황을 짚어보고, 일본 경제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기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 주요기업의 20세기말과 현재 시가총액을 비교하며 어디에서 일본기업의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보는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일본, 중국 시가총액 상위기업 멤버 변화를 보면 △미국의 역동 △중국의 발흥 △일본의 정체라는 3가지 점이 부각된다고 합니다.

올 6월말 현재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합은 77조달러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견인차는 단연 미국으로 뉴욕증권거래소(약 20조달러)와 나스닥시장(약 9조달러)이 세계증시 시총의 4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21세기들어 부진했습니다. 아베노믹스 시행이후 조금 낳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본증시 시총은 여전히 20세기말의 40%수준에 불과합니다. 같은기간 2.6배 오른 나스닥, 90% 덩치가 커진 독일증시와는 다른 길을 간 것입니다.일본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도요타자동차가 확고부동한 일본증시 최대시총 기업이지만 세계시장에 나서면 순위가 40위권으로 푹 떨어집니다. 세계최대 시총 기업인 미국 애플은 시총규모가 도요타의 4배 이상으로 일본내 시총 10위권 기업이 모두 합쳐야 애플 하나에 필적합니다.

문제는 단순히 일본기업의 시총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고성장’ 시장에서 일본이 부진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증시 시총 상위 5대기업이 모두 정보기술(IT)기업으로 지난세기의 에너지, 제조업 기업들의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애플과 아마존 뿐 아니라 ‘젊은 피’의 등장도 활발합니다. 페이스북은 2004년 설립된 회사로 2012년 상장됐고 이후 시가총액이 무지막지하게 팽창했습니다. 넷플릭스 등의 성장세도 무섭습니다.

중국도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앞세워 약진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이라는 유럽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독일증시의 경우도 정부가 제창하는 ‘인더스트리 4.0’에 부흥해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약진한 SAP 등 IT기업들이 시총 상위에 두루 포진해 있다고 합니다.일본은 일본증시 시총4위 소프트뱅크가 고군분투하지만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합니다. 시계열로 각국 기업의 흥망을 살펴보니 한때 ‘전자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 IT부분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일본 IT관련 기업들을 두고 “세계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일본 언론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IT업체들이 여러 분야에서 반격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것도 사실인데요. 일본 전자·IT산업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요. 진부한 표현입니다만,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