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첨단 설비에 100억 투자…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고객"

아프로알앤디
김형태 아프로알앤디 사장이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20만 배율의 주사전자현미경을 통한 검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형태 아프로알앤디 사장이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20만 배율의 주사전자현미경을 통한 검사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에 본사를 둔 아프로알앤디(사장 김형태)는 최근 5년 동안 생산설비 등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 시험·분석장비 도입에 약 60억원, 시설 확장에 약 40억원을 쏟아부었다. 불황이라며 시설투자에 주저하는 기업이 많지만 김형태 사장은 다르다. 이 회사가 이 기간 도입한 장비는 20만 배율의 주사전자현미경(FE-SEM), 진동시험기, 이온밀러 등 대부분 첨단 고가장비다. 중소기업으로선 엄두를 내기 힘든 장비다.이뿐만 아니다. 김 사장은 “9월 중 ‘집속이온빔 장비(Dual FIB)’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파괴검사에 주로 쓰이는 X선 장비와 달리 검사 대상 부품을 직접 깎아내 내부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불량 여부를 관찰하는 장비다. 예컨대 미세회로 및 반도체 부품에 고장이 생기면 소재 자체의 불량에 의한 것인지, 제조공정 불량에 의한 것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때 이 장비가 효과적이다. 김 사장은 “불량 영역 내부를 집속이온빔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고장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당 15억~20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병원과 비슷하다. 병원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 회사는 기업의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종합병원에서 사람의 상태를 진단하려면 초음파나 X선 장비 등을 동원한다. 인체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 역시 이들 장비를 갖고 있다. 집속이온빔 장비는 이보다 한걸음 나아간 장비다.

첨단장비를 속속 들여오는 것은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 고객이 의뢰한 제품에 대해 고장 원인을 진단하고 대처 방법을 제안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기자동차의 필수 부품인 전력반도체의 시험·분석 업무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아프로알앤디는 최근 5년 새 사업장 면적을 네 배 정도 늘렸다. 인원도 거의 두 배로 증원했다. 반월이나 용인 등지에 확보하려던 공장은 포기했다. 직원들이 출퇴근 시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소중한 자산은 숙련된 시험·분석 인력이다.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대신 기존 사업장이 있는 구로와 성남지역의 지식산업센터에서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01년부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거래처로부터 꾸준히 신뢰를 얻으면서 이제는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며 “특히 부품 불량 판독과 원인 분석에 이어 일부 부품의 경우 개선방안까지 제안할 수 있게 돼 국내 부품·소재산업 발전의 일역을 맡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고객 중에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만도 등 국내 기업은 물론 덴소 보쉬 발레오 콘티넨탈 등 세계적인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있다.

김 사장은 성균관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금속에만 전문성이 있는 게 아니다. 지속적인 공부와 시험을 통해 전기 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고 특히 소재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창업 후 16년 동안 수천 건의 시험검사를 해오며 전기·전자부품의 고장 분석, 자동차 부품의 무연솔더링(납을 제거한 땜질) 접합부 신뢰성 향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뿐만 아니다. 개선된 제품에 대한 내구성 시험을 통해 제품 수명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는 “국내 제조업이 도약하려면 부품·소재의 신뢰성이 높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부품에 대한 정확한 검사와 진단, 개선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사명감을 갖고 이 분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