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로버츠 교수 "GMO 작물 '악마화'하지 말아야"

과기한림원 주최 프리스티지 워크숍서 발표

농촌진흥청이 유전자변형(GM) 작물 상용화를 중단키로 하는 등 최근 국내에 GMO(유전자변형생물) 반대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오히려 GMO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츠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7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제31회 프리스티지 워크숍'에 참석해 "GMO는 전통적인 육종방식을 보다 정밀하게 만든 것일 뿐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

GMO를 '악마화'하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로버츠 교수는 '분리 유전자'를 발견한 공로로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유기화학자이다.

작년에는 GMO 반대를 멈추라는 서한에 노벨상 수상자 100여 명의 서명을 담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보낸 바 있다.

로버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유전자변형은 생물에 원하는 형질을 구체적이고 빠르고 정밀하게 도입하는 방법"이라며 옛 차의 GPS(글로벌위치서비스) 시스템을 새 차로 옮기는 과정에 비유했다.또 지금까지 GMO 소비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도 없었다며 안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환경단체가 GMO 재배를 반대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타민A를 많이 합성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황금쌀'이 이미 개발됐지만, 그린피스 등 GMO 반대단체 때문에 이 작물이 재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로버츠 교수는 "현재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비타민A 결핍증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의 수가 말라리아나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며 "얼마나 더 많은 아이가 죽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GMO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상열 경상대 교수는 "천연두백신이 처음 개발됐을 때는 사람이 이를 맞으면 소가 된다는 말까지 있었다"며 "과학적인 근거 없이 GMO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권오란 이화여대 교수는 "GMO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매우 부정적인 것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위해정보가 한 가지 이유"라며 "정부와 기업은 국제표준지침에 따라 위해평가를 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지속적이고 투명하게 위해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