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최저임금 1만원이 꼭 정답은 아냐"

한경 인터뷰

"소득분배 개선 다른 방법 찾아야"
최저임금 과도하게 오른 만큼 누군가는 비용 지불
재정으로 인상분 지원은 임시방편…단기에 그쳐야
상여금 포함 등 산입 범위 조정엔 모두가 공감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부작용도 분명히 따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국민 모두가 감내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선 더 많은 세금(재정지원)을 내고 더 비싼 음식값(인플레이션)을 지급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61·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다른 정부 정책이 보완되지 않으면 큰 충격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월 157만3770원)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폭(1060원)은 역대 최대치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에도 우리가 가야 할 불가피한 방향이지만, 그렇다고 1만원 이상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며 “근로장려세제(EITC) 등 다른 방식으로 더 효과적으로 소득분배를 개선할 수 있다면 최저임금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닐까요.

“어느 정도 고용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유소는 자동화될 것입니다. 1984년 미국 유학을 갔는데 그때도 이미 셀프 주유소가 많았습니다. 임금이 높아지면 어쩔 수 없죠. 24시간 편의점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편의점주들도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영업해봐야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얘기합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서울 강남 같은 곳만 24시간 편의점이 운영되고 주택가나 시골동네 등은 영업시간이 조정될 겁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최저임금이 평균 이상으로 오르면 과도하게 오른 부분에 대해 누군가는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프랜차이즈를 예로 들면 본사가 인건비를 흡수해 주는 방법이 있고, 임대료를 낮춰서 건물주가 인건비 상승분을 흡수할 수도 있죠. 그런 변화가 없으면 당연히 물건값에 전가됩니다. 짜장면값이 오르고, 경제학적으로는 ‘코스트 푸시 인플레이션(비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국민 세금으로 재정지원을 해 주는 방식도 있습니다.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서 영세상공인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죠.”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처리하면 부작용이 작을까요.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약간 비싸진 음식을 사주는 형태로 최저임금 근로자들을 위해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인플레이션과 세금을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을 골고루 가져야 합니다.”▷내년에도 올해만큼 최저임금이 오를까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이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전 국민이 다 싫어한다면 누가 더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월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 달라’고 언급한 적이 있죠. 내년 경제 상황이 매우 중요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을 국민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

▷최저임금 1만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속도의 문제이긴 합니다. 언젠가는 1만원으로 오르겠죠. 저는 소득분배 문제를 꼭 최저임금 제도로 풀어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정책이 있으면 그 정책으로 소득분배를 하면 되는거죠. 예를 들면 최저임금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같게 적용됩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사람 중에는 부자도 있고, 중산층 자녀도 있고, 부자 남편을 둔 부인도 있습니다. 저는 가족이 저소득층인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단위로 부자이면 한 사람이 덜 받아도 생계가 어렵지 않습니다. 가족이 저소득이면 더 소득을 보전해 줘야죠. 가구 단위 복지제도인 최저생활보장제도처럼 말입니다. 일해도 최저임금이 안 되면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EITC 같은 게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을 위해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수없이 많은 대책이 나왔죠. 효과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현금 직접 지원은 오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임시방편으로 하는 거죠. 그것보다는 소득 기준으로 지원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합니다.”

▷해외에선 어떻게 소득분배를 하고 있습니까.

“저소득 계층을 위한 정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EITC는 영미계통이 주로 이렇게 하죠. 최저임금은 기업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올리지 않습니다. ‘기업 프렌들리’한 거죠. 반대로 사회적 분배를 중시하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임금을 높여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원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핀포인트’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최저임금 제도개선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노동자와 사용자, 공익위원들이 각각 전문가그룹을 추천해서 6명씩 총 18명이 모였습니다. 주제를 맡아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연구비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고 연구관리 진행 상황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맡고 있습니다. 실태조사와 데이터 분석, 문헌 연구를 통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 12월까지가 목표 기한인데, 최저임금위가 가동될 내년 4월쯤에야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문제가 가장 논란거리입니까.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논란이죠. 보너스를 받는 사람들이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25% 정도 됩니다. 홈플러스 등 대형 매장이나 제조업 분야 안정적인 일자리들의 보너스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죠. 연봉 4000만원의 대기업 근로자가 산입 범위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입니다. 최저임금 기준을 통상임금으로 선언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합리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포함 여부도 논란거리인데요.

“주휴수당은 선진국엔 없는 제도입니다. 가난한 나라였을 때 6일 일하면 일요일에 먹을 게 없으니 하루치 임금을 더 주라는 수당인데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을 만들 때 참고한 일본도 주휴수당을 없앴습니다. 저임금 시대의 유물이죠. 지금은 5일 일하면 하루 더 주는 꼴이니까 20%의 부담이 더 되는 겁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인데, 20% 하면 실제 사업주는 1500원 정도 더 줘야 하는 것이죠. 근데 주휴수당은 최저임금법에 있는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있는 제도입니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단서 조항 같은 걸 넣어서 보완하는 방식이 어떨지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용자 측은 업체별·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지역별 적용도 검토해봤는데 지역별 차등화는 지역 차별로 느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지역감정이 있기 때문에 정서상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가능성은 검토하고 있습니다. 업종별 차등은 아직 사용자 측에서도 준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주유소 택시 등 8개 업종을 요구했는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하냐. 노동 이동이 자유로운데 특정 업종이 망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사용자 측도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의회가 하는 나라가 있고 우리나라처럼 위원회 방식이 있습니다. 의회는 일종의 대리전입니다. 노사 싸움이 그대로 투영될 것입니다. 미국이 대표적인데 굉장히 경직적입니다. 미국은 시간당 7.5달러로 10년 가까이 정체돼 있는데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못 올렸습니다. 위원회 방식은 가장 중요한 게 전문성입니다. 학문적 양심을 자꾸 흔드니까 노사가 협의해서 결정권을 줘도 공익위원들이 결정을 못합니다. 현재는 고용부 장관이 공익위원을 모두 추천하는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등 다른 부처 장관, 혹은 국회에 추천권을 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최저임금 개선위가 꾸려졌지만 성과가 미흡했습니다. 올해엔 가능할까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최저임금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의지가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노사합의안보다 합리적인 복수안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장관에게 복수안을 줘서 고용부가 다시 그 안을 갖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 어수봉 위원장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노동 분야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밴더빌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장 등을 지냈다.또 한국노동경제학회장과 한국직업자격학회장, 한국고용정보원장 등을 맡았고 4·5·6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지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제도개선특위 등의 활동을 담당하기도 했다. 고용과 노동의 양쪽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6월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0대 위원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018년 4월23일까지다.

심은지/고경봉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