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입학금 폐지 전향적 검토"

총장협, 하루만에 입장 급선회
입학금 폐지를 반대했던 사립대들이 하루 만에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회의를 연 뒤 “사립대 입학금은 등록금의 한 부분으로 인정돼 왔고 재정에도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폐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학별로 자율적, 연차적으로 입학금을 인하하거나, 조정해 나가는 방향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정부가 입학금 감축·폐지에 상응하는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총협은 전날 낸 입장자료에서 입학금 폐지가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사립대들이 재정적 충격을 우려해 당초엔 입학금 폐지에 난색을 보였지만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입학금 폐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태도를 바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회의에선 대부분 사립대가 입학금의 단계적 감축을 선언한 원광대 선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많은 재정지원을 받는 사립대가 입학금 폐지 요구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재정지원을 늘리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에 해당한다”며 “정부는 이미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낮추면 재정지원을 하는 등 막대한 재원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사립대가 연평균 8554달러, 국공립대가 4773달러다.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사립대에도 막대한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국민이 원하는 것에 일정 부분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입학금 징수 근거를 없애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사립대 중 연세대, 경희대 등 주요 사립대 10곳은 입학금 제도 개선을 위한 실무자 협의회를 꾸리고 이달 중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