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중고차 고객은 호갱님 아니죠…자동차 구입할 때 정비사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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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고객 연결하는 O2O 스타트업 카바조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에 비해 구매자가 갖고 있는 제품 정보가 적은 대표적인 ‘레몬 마켓’이다. 차량 품질에 대한 정보를 파는 사람이 독점하고 있다.
차량 상태, 교환·판금 등 130여개 항목 확인
2015년 10월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카바조는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선보였다. 차를 구입할 때 전문 정비사가 동행해 차량 상태를 점검해주는 방식이다. 창업자인 유태량 대표는 “정비사가 동행하면 일반인도 안심하고 차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카바조는 정비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이다. 날짜와 장소 등을 예약하면 정비사가 동행해 40분~1시간 동안 차량 한 대를 집중적으로 점검해준다. 먼저 딜러가 제시한 서류와 차량이 같은지 확인한 뒤 측정 장비를 이용해 고지되지 않은 교환·판금 흔적을 찾는다. 엔진오일 상태, 미션 소리 등을 확인해 차량 이상을 찾아내고 교환해야 할 부품도 찾아준다. 정비사가 확인하는 항목은 130여 개에 이른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정비 기능사, 정비 기사 등 정비와 관련된 국가공인자격증을 보유한 현장 경력 5년 이상의 정비사만 등록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웹사이트에 정비사의 경력과 자격증은 물론 보유 장비, 인터뷰 내용, 고객 후기 등을 함께 공개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정비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처음에는 중고차 딜러들의 반발도 심했지만 누적 동행 건수가 1000건이 넘어가면서 딜러들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유 대표는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한 ‘차덕후’였다고 했다. 그는 “2014년에 친구가 중고차를 사는데 저보고 차를 잘 아니 같이 가달라고 하더라”며 “친구가 사례금을 주는 것을 보고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신뢰하는지 확인해보려고 2015년 5월 직접 정비사 자격증을 획득한 뒤 혼자서 베타 서비스를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는 것을 보고 그해 10월 법인을 세우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바조는 차량 구매 동행을 시작으로 차량 관리·정비로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유 대표는 “서비스의 객관성을 위해 차량 매매 시장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차량 점검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량 관리로 서비스를 확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