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보수야당과 '김이수 낙마' 합작… 문재인 정부 개혁입법 험로 예고

'헌재소장 인준안 부결' 파장

국민의당 절반 이상 '반대표'
찬성 145 vs 반대 145
인준안 통과 정족수에 2표 부족

비상 걸린 '국정과제 입법'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예산안…
야당 협조 없인 국회 문턱 못넘어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도 장담못해

불거진 여당 지도부 책임론
우 원내대표 사의…중진들이 만류
"불똥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몰라"
< 낙담한 우원식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은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한다. 당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사의를 밝히는 등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앞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 정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을 자신하지 못하게 됐다. 100대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개혁입법의 험로가 예상된다. 여권은 일단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표결 결과본회의 표결에서 찬성표와 반대표가 145표로 같았다. 기권이 한 표, 무효가 두 표였다. 표결에 참석한 보수성향인 자유한국당 의원(102명)과 바른정당 의원(19명) 전원이 반대했어도 121표다. 결국 국민의당에서 적어도 20표 이상의 반대표가 나왔다는 의미다.

열흘 전만 해도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당 분위기도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이런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김 후보자가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의 군대 내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의 합헌 결정 당시 ‘위헌’ 소수의견을 낸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기독교계로부터 ‘문자폭탄’이 쏟아지는 등 반대 압력이 커졌다. 국민의당이 당초 8일로 예정됐던 표결을 연기하자고 제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표결 직전에 기자와 만나 “국민의당 의원 중 찬성하는 의원이 절반이 넘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개혁입법 험로 예고
< 기뻐하는 정우택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밝은 표정으로 동료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00대 국정과제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100여 개의 개혁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까지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30만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과 5세 이하 아동에게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의 근거가 되는 ‘아동수당법’, ‘문재인 케어’로 알려진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 개정안 등 증세법안과 대기업의 비과세 감면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 등 과거사 관련 법안 10여 개도 발의될 예정이다.김 후보자 인준안 부결을 계기로 협치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민주당 의석(120석)으로는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여권 일각에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입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개혁과제에 치중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야당 협조 없이는 핵심 국정과제를 위한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민주당이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장과 정계 개편 가능성

새 정부 출범 후 낙마한 고위직 인사는 6명으로 늘었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우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당 중진들이 만류했다.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우 원내대표의 사의를 만류했지만 책임론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고민은 이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정계 개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이유다. 다른 관계자는 “여권은 일단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정계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