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청소기 삼국지'…삼성, 다이슨·LG에 '도전장'

무선청소기 3색 대결

다이슨 'V8카본파이버'
가장 높은 흡입력 자랑…무게도 3사중 가장 가벼워

LG전자 '코드제로A9'
3단계 강도 조절해 청소…배터리 충전시간 가장 짧아

삼성전자 '파워건'
흡입구 2개 브러시 동시 사용…핸들 각도 조정돼 청소 편해
독특한 생김새의 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12일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무선 청소기 ‘V8 카본파이버’ 출시 행사를 했다. 세계 첫 공개로 유럽 가전업체가 자사 신제품을 한국에서 처음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6월에는 LG전자가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A9’을 선보였고, 삼성전자는 ‘파워건’을 14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연간 42억달러(약 4조7200억원) 규모인 세계 무선청소기 시장을 놓고 한국에서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다이슨 'V8카본파이버', LG전자 '코드제로A9'. 삼성전자 '파워건'
◆알고 보면 모터 싸움출시 행사를 위해 방한한 케빈 그란트 다이슨 청소기사업부 수석엔지니어는 “한국 고객들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우리 신제품의 가치를 알아볼 것 같았다”며 한국 첫 출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자업계에서는 한국 업체들의 무선 청소기 출시에 긴장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흡입력과 작동 시간 등에서 다이슨의 직전 최신 제품을 압도하는 코드제로 A9은 출시 2개월여 만에 4만 대가량 판매됐다. 8월 판매량은 7월 대비 2배 늘며 판매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도 지난달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끝난 국제전자전시회(IFA)에서 파워건을 내놓으며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

무선 청소기에서 다이슨에 뒤처지는 것으로 보였던 한국 가전업체들이 경쟁에 나설 수 있는 비결은 청소기 모터의 기능 향상 때문이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무선 청소기는 모터가 청소기 흡입구 부분에 있었다. 반면 다이슨은 모터가 손잡이 조작부 부분에 있는 상(上)중심 구조를 일찍부터 채택해왔다. 상중심 구조는 전체적인 균형이 맞고 흡입구 부분이 가벼워 청소가 쉽다. 코드제로 A9과 파워건은 LG전자와 삼성전자 최초의 상중심 무선청소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W 이상의 흡입력을 내는 상중심 무선청소기는 다이슨 제품이 유일했다”며 “9월 이후 국내 무선 청소기 판매 성적으로 향후 세계 시장의 판도까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장단점세 제품은 청소 성능과 가격 등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각사가 제시한 수치만 놓고 보면 115W이던 V8의 흡입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다이슨의 V8 카본파이버가 155W로 LG전자 코드제로 A9(140W)과 삼성전자 파워건(150W)을 조금 앞선다. 다이슨 제품은 가장 높은 흡입력을 자랑하지만 무게는 가장 가볍다. 무선 청소기 무게의 상당 부분을 모터가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작은 모터로 높은 효율을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가 고정형이라 배터리를 교환해 가며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두 제품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진다. 헤파필터가 아니라 자체 구조로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시스템이다 보니 걸러내는 미세먼지 입자도 크다.

코드제로 A9은 다른 두 제품보다 한 단계 더 많은 3단계로 강도를 조절하며 청소할 수 있다. 청소기 길이도 4단계로 조절이 가능해 여러모로 뛰어난 편의성을 자랑한다. 또 유일하게 자립형 충전대를 갖춰 벽에 못을 박지 않고도 보관할 수 있으며 배터리 충전시간도 가장 짧다.

파워건은 배터리의 출력이 가장 높아 사용 기간에 따른 배터리 성능 감소가 가장 적다. 흡입력이 뒤지지 않는 데다 삼성전자 무선 청소기 흡입구에 적용해 온 ‘2개 브러시 동시 사용 기술’로 청소 효율이 높다. 청소기의 움직임에 따라 핸들 각도가 50도까지 조정돼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