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략] 원유·달러 '박스권 매매' 열풍… '레버리지 상품' 투자 활기

삼성 레버리지 원유 ETN
하루 평균거래량 111만주 달해

원유 ETN·ETF 거래대금 중 레버리지 상품 비중 90% 넘어

환율 오르자 달러예금 잔액
7월말 105억달러 로 사상 최대
올 들어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횡보하면서 ‘박스권 매매’ 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박스권 하단에서는 ‘가격이 오른다’에, 상단에서는 ‘내린다’에 베팅하는 방식이다. 유가와 환율의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원유와 달러 가격 등락폭의 두 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레버리지가 대세인 원유 ETN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채권(ETN)은 지난 7월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하루 평균 거래량이 111만여 주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 상장된 ETN 중 이 기간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이 ETN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 상승분의 약 두 배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WTI 선물 가격이 하락할 땐 손실도 두 배로 커진다.

비슷한 구조로 설계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지난 7월 이후 하루 평균 54만여 주가 거래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관련된 ETN과 상장지수펀드(ETF)의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다”고 말했다.

원유 레버리지 ETN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국제 유가가 지난해부터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해 4월 중순부터 이달까지 단 하루(2016년 8월2일 배럴당 39.51달러)를 제외하고 1년5개월간 배럴당 40~60달러를 벗어나지 않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많이 오르면 미국 셰일업계의 원유 생산이 늘어나고, 유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감산 합의가 이뤄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 향방을 예측하기 쉬워진 개인투자자들이 유가 변동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챙기는 상품에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신한금융투자는 이런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지난달 ‘신한 인버스(역방향) 2X WTI원유 선물’ ETN을 선보였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하면 인버스 상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유가 하락분의 두 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삼성증권도 연내 원유 관련 인버스 레버리지 ETN을 상장할 계획이다.

달러당 ‘1110~1140원’ 박스권 매매

달러 관련 재테크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박스권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올 7월 중순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10~1140원을 오가면서다.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7월 말 105억2000만달러(약 11조9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7월 초 1157원대까지 올랐던(달러 가치 하락) 원·달러 환율이 월말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1112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달러 가치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올 하반기 들어 환율이 1110원대로 떨어졌을 때 달러를 매수하려는 개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에서 1140원대까지 오른 지난 6월에는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5조2000억원가량 급감했다. 달러 예금은 이자가 연 1.2~1.3%에 불과해 달러 가치가 오르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수익률이 ‘제로(0)’에 가깝다.

공격적 투자 성향을 지닌 개인들은 달러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활용한 박스권 매매에 나서고 있다. 개인들은 7월 유가증권시장에서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합성)’ ETF를 하루 평균 9만4126주 순매수했다. 반면 북한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했던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6만4475주를 순매도했다.대다수 외환 전문가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10~1140원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내 경기가 비교적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