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미술비평가 홍경한 씨 "건축주에게 예술 강요? 도시 미관만 해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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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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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어디에서나 미술 조형물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다. 국내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은 1만5000여 점에 달한다. 미술비평가 홍경한 씨(사진)는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재승출판)에서 도시에 설치된 수많은 공공미술 작품 중 38점을 꼽아 각각이 지닌 역사와 의미,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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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가 최고로 꼽는 공공미술은 전북 고창의 ‘돋음볕마을’이다. 마을 곳곳에서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를 주제로 삼고 그린 간판과 벽화를 만날 수 있다. “100여 개가 넘는 국내 벽화 마을과 이 마을이 다른 점은 주민 스스로가 공공미술을 완성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장소의 주인이 직접 그림을 구상하고 완성했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이 지녀야 할 공공성을 십분 실현했다고 봅니다.”최근엔 길거리 미관을 해치는 ‘함량 미달’ 작품도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홍씨는 “1만7000여 개의 작품 중 70%는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비 중 일정액을 공공미술 설치에 사용하거나 기금을 출연하도록 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때문이다. 홍씨는 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건축주에게 ‘예술을 하라’고 강요하니 형식적인 작품만 나와요. 거기에다 리베이트 관행에 따라 계약을 따내는 ‘꾼’들까지 판치니 대부분 최소 단가로 흉내만 낸 예술작품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경관을 해치고 있습니다. 도시 미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들여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를 기업과 자산가에게 강제한다면 볼썽사나운 미술작품을 계속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