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대북제재 답보 까닭은… 중국 순망치한·러시아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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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北체제붕괴' 무서워 신중…러 '제제무용론 설파' 위해 뭉그적"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이행되지 않는 이유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저항이 첫 손에 꼽힌다.지난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결된 새 대북제재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국이 제시한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핵심 대북압박 카드로 미국이 던진 원유 차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자산동결안이 빠졌다.
유류 거래를 일부 제한하고 섬유, 노동력 수출을 금지하는 등 조치가 추가됐으나 이 또한 중국, 러시아의 밀거래 방조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이들 국가가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제재에 미온적인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16일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에서는 북한체제 붕괴에 대한 우려, 러시아에서는 자국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적 행보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 '때리지만 넘어져서는 안된다' 중국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안보리 새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기준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해설했다.
지난 14일 해설기사의 제목이 '아프게 하되 붕괴하도록 하지는 말자'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보여주되 김정은 정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치밀한 계산이 제재안에 반영됐다는 것이다.FT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도 비슷한 해설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15일 대북제재 실효성을 따지는 기사에서 "제재를 이행하는 데 몹시 어려운 균형이 필요하다"고 중국의 처지를 요약했다.
미국의 역내 군비증강을 자극하는 까닭에 북한 도발이 싫지만 북한이 붕괴해 한국, 미국과 압록강을 국경으로 맞대는 것도 크게 우려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최근 SCMP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주석이 한국전쟁 때 인민지원군을 파병하며 설파한 북중관계 순망치한론(脣亡齒寒論)을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이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특수관계이며 양국 관계가 멀어지긴 했으나 그런 운명공동체 의식이 아직 유효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원유를 나르는 송유관이 최근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막판에 배제된 것이 중국의 우려를 바로 보여준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SCMP는 김정은의 핵 야욕을 꺾을 수 있는 중국의 조치들을 설명하며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 수유관'(中朝友誼 輸油管)을 따로 주목했다.
신문은 북한의 한해 원유 공급량의 90%에 달하는 50만t을 운송한다며 중국은 이에 대한 차단을 북한정권 붕괴 우려로 본다고 해석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003년 중국이 사흘 원유차단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관측을 소개하며 중국에 송유관 독자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처럼 제재받는 러시아 "제재 불필요" 강조
중국이 1천350㎞에 달하는 국경을 북한과 맞댄 것과 달리 접경이 17㎞ 정도에 불과한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까닭은 또 다른 모습이다.
러시아 역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제재를 받는 국가라는 점이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자국도 제재로 허덕거리는 상황에서 '제재 무용론'을 입증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리언 스미스 '공산주의희생자추모재단' 이사는 "푸틴은 제재라는 개념 자체를 약화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이사는 "푸틴으로서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제재가 비효율적이거나 독재체제를 지나치게 자극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회의론자들에게 힘을 싣고 싶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던 미국 행정부, 유럽연합(EU)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병합에 개입된 러시아 기업이나 개인, 푸틴 대통령의 경제 수행단 일부가 제재목록에 올랐고, 러시아 금융·기술·군수·석유 업체들의 자산이 동결되거나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가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연말에 외교관들을 35명 추방하는 별도 제재까지 내렸다.
미국 의회는 대선개입 책임을 물어 철도, 해운, 금속, 광업 등 러시아 산업을 겨냥한 추가제재를 담은 법안을 가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이에 서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의 값싼 노동력 때문에 제재에 미지근하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50년 이상 시베리아 벌목에 일꾼들을 보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처럼 내년 축구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도시에 북한 건설노동자들이 대거 활동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북한 두둔이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해석도 한 구석에 있다.
아태지역과 러시아의 사업거래를 연구하는 미국 경제정책포럼의 조프 헬먼 대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러시아의 이미지를 홍보하려는 '비대칭 하이브리드 전쟁'(약점을 파고드는 비군사적 파괴 작전)의 전술"이라고 주장했다.헬먼 대표는 "전쟁을 더 좋아하는 미국과 비교할 때 러시아가 법과 질서가 견고하고 평화를 애호하며 경제적 번영에 헌신하는 나라라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이행되지 않는 이유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저항이 첫 손에 꼽힌다.지난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결된 새 대북제재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국이 제시한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핵심 대북압박 카드로 미국이 던진 원유 차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자산동결안이 빠졌다.
유류 거래를 일부 제한하고 섬유, 노동력 수출을 금지하는 등 조치가 추가됐으나 이 또한 중국, 러시아의 밀거래 방조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이들 국가가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제재에 미온적인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16일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에서는 북한체제 붕괴에 대한 우려, 러시아에서는 자국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적 행보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 '때리지만 넘어져서는 안된다' 중국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안보리 새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기준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해설했다.
지난 14일 해설기사의 제목이 '아프게 하되 붕괴하도록 하지는 말자'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보여주되 김정은 정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치밀한 계산이 제재안에 반영됐다는 것이다.FT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도 비슷한 해설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15일 대북제재 실효성을 따지는 기사에서 "제재를 이행하는 데 몹시 어려운 균형이 필요하다"고 중국의 처지를 요약했다.
미국의 역내 군비증강을 자극하는 까닭에 북한 도발이 싫지만 북한이 붕괴해 한국, 미국과 압록강을 국경으로 맞대는 것도 크게 우려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최근 SCMP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주석이 한국전쟁 때 인민지원군을 파병하며 설파한 북중관계 순망치한론(脣亡齒寒論)을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이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특수관계이며 양국 관계가 멀어지긴 했으나 그런 운명공동체 의식이 아직 유효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원유를 나르는 송유관이 최근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막판에 배제된 것이 중국의 우려를 바로 보여준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SCMP는 김정은의 핵 야욕을 꺾을 수 있는 중국의 조치들을 설명하며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 수유관'(中朝友誼 輸油管)을 따로 주목했다.
신문은 북한의 한해 원유 공급량의 90%에 달하는 50만t을 운송한다며 중국은 이에 대한 차단을 북한정권 붕괴 우려로 본다고 해석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003년 중국이 사흘 원유차단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관측을 소개하며 중국에 송유관 독자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처럼 제재받는 러시아 "제재 불필요" 강조
중국이 1천350㎞에 달하는 국경을 북한과 맞댄 것과 달리 접경이 17㎞ 정도에 불과한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까닭은 또 다른 모습이다.
러시아 역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제재를 받는 국가라는 점이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자국도 제재로 허덕거리는 상황에서 '제재 무용론'을 입증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리언 스미스 '공산주의희생자추모재단' 이사는 "푸틴은 제재라는 개념 자체를 약화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이사는 "푸틴으로서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제재가 비효율적이거나 독재체제를 지나치게 자극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회의론자들에게 힘을 싣고 싶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던 미국 행정부, 유럽연합(EU)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병합에 개입된 러시아 기업이나 개인, 푸틴 대통령의 경제 수행단 일부가 제재목록에 올랐고, 러시아 금융·기술·군수·석유 업체들의 자산이 동결되거나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가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연말에 외교관들을 35명 추방하는 별도 제재까지 내렸다.
미국 의회는 대선개입 책임을 물어 철도, 해운, 금속, 광업 등 러시아 산업을 겨냥한 추가제재를 담은 법안을 가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이에 서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의 값싼 노동력 때문에 제재에 미지근하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50년 이상 시베리아 벌목에 일꾼들을 보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처럼 내년 축구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도시에 북한 건설노동자들이 대거 활동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북한 두둔이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해석도 한 구석에 있다.
아태지역과 러시아의 사업거래를 연구하는 미국 경제정책포럼의 조프 헬먼 대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러시아의 이미지를 홍보하려는 '비대칭 하이브리드 전쟁'(약점을 파고드는 비군사적 파괴 작전)의 전술"이라고 주장했다.헬먼 대표는 "전쟁을 더 좋아하는 미국과 비교할 때 러시아가 법과 질서가 견고하고 평화를 애호하며 경제적 번영에 헌신하는 나라라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