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고수들의 투자 노트] 수익률 연 1%짜리 채권에 투자…6% 고수익

(2) 흥국운용이 채권형 펀드 강자 된 비결
장·단기 금리 격차 활용한 '롱쇼트전략' 구사

금리 오를 채권은 팔고 내릴 채권은 사들여
'흥국재량2호' 누적수익률 5.7%…공모 채권형펀드 수익률의 10배
수익극대화 위해 레버리지 전략도
올 상반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상품은 흥국자산운용의 ‘흥국재량투자’다. 흥국자산운용이 지난해 4월 국내 첫 채권형 헤지펀드로 선보인 뒤 1년2개월 만인 지난 6월 설정액이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대표 상품인 ‘흥국재량투자2호’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5422억원으로 단일 헤지펀드 가운데 가장 많다.
김현전 흥국자산운용 대표는 “통상 채권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는 금리 인상기에도 기준금리(연 1.25%)보다 1~2%포인트 높은 ‘절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한 펀드”라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일반 채권형 펀드 10배 수익

18일 흥국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설정된 ‘흥국재량투자2호’의 누적 수익률은 지난달 말 기준 5.73%다. 국내 채권형 공모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0.5%)의 10배,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최대 연 1.7%)의 3배를 웃돈다. 이 펀드의 자산은 연 이자가 1% 중반(만기 1년 기준)에 불과한 국채(85%)와 최상위 신용등급(AAA)의 은행채·주택저당증권(MBS) 등(15%)으로 구성돼 있다. 최소 가입액은 3억원으로 기관투자가가 전체 투자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저금리 채권에 투자하면서 일반 채권형 펀드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거둔 비결은 자본 차익에 있다. 주식형 헤지펀드처럼 고평가된 채권을 공매도(쇼트)하고 저평가 채권은 매수(롱)하는 ‘롱쇼트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 금리 추이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휘둘리는 일반 채권형 펀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고평가와 저평가 채권을 판별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는 ‘수익률 곡선’(만기별 금리를 이어 붙인 곡선)이다.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많이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엔 장기 채권을 공매도하고 단기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흥국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세계적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로 국내 단기 금리가 일시적으로 높아지자 중기 채권인 5년 만기 국고채는 공매도하고 단기 채권인 1년 만기 국고채를 매수했다. 박형태 흥국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전망이 강해지면서 중·단기 금리 격차가 정상화돼 높은 수익이 났다”고 말했다.

환매조건부증권(RP) 매도를 통한 레버리지(차입)를 순자산의 400%까지 활용하는 것도 수익률을 극대화한 전략 중 하나다. 박 본부장은 “차입 비용(RP 이자)은 연 1.25%인 데 비해 주요 투자처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9%대에 달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0.6%포인트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기 대응 전략은흥국재량투자2호는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월간 기준으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박형태 본부장은 “중·장기 금리 곡선 기울기가 예상과 달리 평탄해지면서(중·장기 금리 차가 축소되면서) 손실이 났다”고 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2021년 새 국제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만기 10년 이상 국고채 투자를 늘리면서 장기 채권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회복 기대로 중·장기 금리 차는 다시 확대될 것”이라며 “보유 중인 만기 3년 이하 단기 채권의 ‘롤링 효과’(잔존 만기가 줄어들수록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나면서 월별 수익률이 조만간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시장 금리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흥국자산운용은 1~5년인 보유 채권의 잔존 만기(듀레이션)를 점차 줄이는 식으로 금리 상승에 대비할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기준금리와 경기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을 공매도하고 중기 채권을 매수하는 식의 전략도 금리 인상기 절대 수익률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흥국자산운용은 지난 13일 흥국재량투자 시리즈에 이어 ‘흥국균형투자’ 펀드를 선보였다. 전홍석 흥국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장은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 위험 자산인 국내 주식을 약 6 대 4 비중으로 투자해 변동성을 최소화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 수익률 곡선

yield curve. 잔존 만기 이외에 다른 조건이 같은 채권의 만기별 수익률(금리)을 나타낸 그래프. 가로축에 잔존 만기, 세로축에 수익률을 각각 표시한다. 통상 우상향하는 궤적을 그리지만 경기와 채권 수급 상황에 따라 우하향, 또는 수평의 형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