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자금조달…투자냐, 투기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7시간 만에 135억 모으기도
이달 3개 업체 1000억 계획
국제적으로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토종 가상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할 조짐이다. 기업공개(IPO)와 달리 공모와 관련한 규제가 없다는 점을 활용해 가상화폐공개(ICO)로 사업자금을 조달하려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늘어나면서다.

중국이 이달 초 ICO를 불법 행위로 규정해 전면 금지하는 등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발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1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업체인 더루프는 이달 말께 주식 대신 자사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쓰일 가상화폐 ICX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다. 투자자들은 주로 이더리움 등 이미 통용되는 가상화폐로 ICX를 사게 된다. 이 회사는 15만이더리움(약 465억원·1이더리움은 약 31만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 아이비즈소프트웨어는 베리드코인(BRT)이란 가상화폐를 발행해 지난 11일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4만5000이더리움(약 140억원)을 모을 계획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저작권 사업을 하는 글로스퍼는 오는 25일 하이콘(HYCON)이란 독자 가상화폐를 선보인다. 이들 세 개 업체의 자금조달 목표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벤처기업인 블록체인OS가 새 가상화폐인 보스코인을 내놓고 17시간 만에 135억원의 투자금을 모은 게 첫 ICO 사례다.

화폐 발행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 만큼 가상화폐 발행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거래량이 급증하는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에 나서는 추세다. 국내에는 아직 가상화폐와 관련한 법규가 없어 금융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CO에 나서는 업체의 사업성이나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해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손실을 보게 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강영연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