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 "창업 아이템, 치킨보다 '게하' 뜬다"

야놀자·지냄 공동인터뷰…야놀자, '지냄'에 전략적 투자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필스테이' 내년 30개 확장
야놀자 "흑자 구조 됐지만 마케팅 투자 관건"
야놀자는 지난 7월 게스트하우스 O2O 스타트업 '지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왼쪽)와 이준호 지냄 대표는 "잘 되는 게스트하우스의 표준을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최근 젊은 세대의 여행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게하(게스트하우스)'다. 호텔 같은 룸서비스는 없지만 저렴한 가격에 잠자리와 네트워킹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청춘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몰려드는 이유다.

"게스트하우스는 여행객뿐 아니라 운영자 입장에서도 가성비가 높은 숙박 유형입니다. 창업 희망자들에게 게스트하우스는 치킨집이나 카페 같은 업종의 대안이 될 것입니다."<한경닷컴>과의 공동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39)와 이준호 지냄 대표(26)는 "게스트하우스가 유망한 창업 수단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월 숙박 예약 서비스 업체 '야놀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냄은 게스트하우스 예약 중개부터 프랜차이즈, 운영 대행 등을 하는 게스트하우스 전문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 업체다. 모텔에서 시작해 호텔, 펜션, 해외 한인민박까지 서비스를 넓혀온 야놀자는 이번 투자로 게스트하우스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는 &quot;야놀자와 지냄이 함께 준비한 신규 게스트하우스를 기대해도 좋다&quot;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냄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필스테이'는 올 하반기 강원도 속초와 목포에 신규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야놀자는 지냄의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국내 게스트하우스 O2O 업체 중 온라인 예약 서비스와 오프라인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함께 하는 곳은 지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김 부대표는 "O2O 업체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중요하다"며 "야놀자가 잘하는 게 상권 개발이나 시공이라면, 지냄은 게스트하우스 운영 노하우와 이용자층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게스트하우스와 모텔·호텔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며 "투숙객간 네트워킹 공간이나 파티 같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양사는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현재 지냄은 서울에서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필스테이' 11개, 부산에서 '이지스테이' 1개를 운영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전국으로 진출해 내년에는 지점을 3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지방 거점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며 "조만간 강원도 속초에 필스테이 신규 지점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냄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필스테이'의 객실 내부 모습.
특히 두 사람은 게스트하우스가 새로운 창업 유형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봤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다른 업종 대비 경쟁이 덜하고 운영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7000여개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이 선호해온 모텔의 경우 3만개가 넘는다.

김 부대표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유연한 운영과 고정비용이 거의 없는 구조가 장점"이라며 "초기 자본금도 모텔의 경우 4억원 이상이 들지만, 게스트하우스는 3억원 안팎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텔은 예약하지 않고 찾아오는 '워크인' 고객이나 대실 고객이 꽤 있어 항상 문을 열어둬야 하고 그만큼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반면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을 위한 예약 고객이 대부분이라 비용이나 운영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부대시설이 적고 입·퇴실 관리가 쉬워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김 부대표는 "숙박업에 경험이 없다면 상권 발굴부터 사업 허가, 시공, 예약시스템 등 전문적인 것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잘되는 게스트하우스의 표준을 만들어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큰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호 지냄 대표는 &quot;국내 게스트하우스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콘셉트를 준비 중&quot;이라고 귀띔했다. 회사의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할 때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두 사람은 최근 자유여행 트렌드로 국내 여행객 사이에서 게스트하우스의 인지도가 높아진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해외 여행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요즘은 서울 주요 지역 위주로 내국인 비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야놀자에서도 올 들어 게스트하우스의 예약 건수가 전년보다 4배 더 늘었다.

두 회사는 온라인 예약 서비스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 부대표는 "제휴점 확보에는 시간이나 물질적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며 "야놀자는 지냄이 보유한 게스트하우스 제휴점을, 지냄은 야놀자의 판매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지냄의 게스트하우스 제휴점은 1000여개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지냄은 양사 시너지를 기반으로 내년 매출을 올해 대비 4배 이상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이는 지난해 7월 야놀자에 인수된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 '호텔나우'가 4개월여 만에 거둔 성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호텔나우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인수 직후 대비 450% 급증했다.

야놀자는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하면서 숙박 O2O 업계 최초 연매출 1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누적 매출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682억원)을 뛰어넘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 흑자전환 여부는 하반기 마케팅비 집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지난해 매출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이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가 됐지만, 브랜드 마케팅과 신규 서비스 모델에 대한 투자 규모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6월 유치한 600억원의 투자금은 예약 시스템 고도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서비스 개발에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김 부대표는 "개인의 취향과 상황을 동시에 반영해 실시간으로 숙소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예약 시스템도 고도화해 중복 예약 등으로 인한 예약취소율을 '제로(0)'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