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부당거래로 피해" 루프트한자, 소송 착수

"기내식 재계약 댓가로 2000억 투자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그룹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에 이어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지는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촉발되면서 14년간 이어져온 항공동맹마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루프트한자 자회사인 기내식 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는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기내식 공급 재계약 무산과 관련,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재계약 무산 과정에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공정위 조사와 별개로 형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간 갈등은 15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해온 LSG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불거졌다. LSG는 세계 항공사를 상대로 기내식 사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는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재계약하면서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LSG 측은 내년 3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아시아나항공 측이 계약 연장 조건으로 금호홀딩스 신인수권부사채(BW) 구매를 강요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시장감시국에 맡겼으며 이달 초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SG 측은 공정위에 제출한 문건에서 “기내식 공급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아시아나 측이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LSG는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자 재계약이 무산됐다며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보낸 이메일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LSG는 새롭게 아시아나의 기내식 공급사로 선정된 ‘게이트고메코리아’와의 계약도 문제 삼았다. LSG는 “금호 측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 하이난항공그룹이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BW를 20년 만기 무이자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하이난그룹 자회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가 아시아나항공과 30년짜리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기내식 계약을 30년간 보장하는 것 역시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로부터 자료요청이나 조사계획에 대한 통보도 오지 않았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하이난그룹과 BW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룹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사안으로 아시아나항공과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