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논란에…급제동 걸린 LG 중국 OLED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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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시 투자비 30% 지원…건설작업 절반 가까이 끝나“중국에 공장을 지으면 기술유출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정부 "중국 투자 자제하라"…첫 별도 소위 만들어 심사
LG, TV용 패널 생산 기로…업계 "시장선점 못할 수도"
20일 서울 역삼동 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 소위원회의 첫 번째 회의가 열렸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6월 발표한 중국 광저우의 8.5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공장 건설을 승인할지가 회의 주제였다. 소위 위원 6명은 날선 질문을 쏟아냈고 LG디스플레이 관계자들은 중국 공장의 필요성과 기술유출 방지 계획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로비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위원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고, 회의가 끝난 뒤 명함 교환조차 금지됐다.정부가 연구개발(R&D)을 지원한 기술을 해외에서 사용하려면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별도의 소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처음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기존 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해 OLED 기술유출 가능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며 별도 소위를 구성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상반기까지 중국 광저우 공장을 완공해 TV에 들어가는 대형 OLED 패널을 제조할 계획이다. BOE 등 중국 업체들도 OLED 생산에 뛰어들고 있지만 모두 휴대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패널이다.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서 LG디스플레이를 끌어들이려는 이유다. 초기 투자비 2조6000억원을 포함해 총 투자비 7조4000억원 중 30%를 광저우 지방정부 산하 공기업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해 해당 회사와 7 대 3의 지분 비율로 조인트벤처까지 설립했다. LG가 부담할 투자비 중 상당 부분은 중국 국영은행의 융자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월부터 산업부와 조율하며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양산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공장 건물은 일찍부터 착공에 들어가 현재 바닥공사를 하고 있다.하지만 지난 18일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간담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백 장관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된 중국과의 통상 마찰 문제를 언급하며 “가급적 중국 투자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다. 소위가 승인하지 않으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에 OLED 패널 생산 기술을 적용할 수 없고 공장 건설도 무산된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광저우 공장이 절실하다. 10.5세대 OLED 패널은 일러야 2021년에나 생산이 가능해 광저우 공장이 있어야 늘어나는 OLED 패널 수요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량 공급을 통해 OLED 패널 가격을 떨어뜨리고 세계 TV 시장의 흐름을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로 전환하려는 중장기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신규 대형 OLED 패널 공장을 짓는 것도 불가능하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다고 기술유출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중국 우시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D램 생산 기술에 크게 못 미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2019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시장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