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전기차 잘 만드는 일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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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 기업 경영100년 이상 세계를 풍미해온 자동차 브랜드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회사가 있다. 테슬라다. 기존 브랜드들이 보기에 테슬라는 오만한 회사다. 차를 만들면서도 아예 자신의 이름에서 ‘모터스’라는 단어를 떼 버렸다. 자동차 회사인 주제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sustainable energy)의 미래를 만든다’는 사명을 발표하면서 스스로를 ‘에너지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AI·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네트워크 효과 기대
테슬라, 자사 블로그 통해 전기차 관련 특허·설계도 공유
시장 확대 후 에너지 회사로 전환…배터리·충전소 등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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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가치 제안이다. 회사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둘째는 운영 방식으로, 기업의 새로운 가치 제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통칭한다. 어떤 자산을 활용하고, 누구와 연합하며, 어떤 채널을 활용할 것인가 등이 주요한 운영 방식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는 수익 모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서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킬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고,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적절히 배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런 관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다. 테슬라, 우버, 아마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플랫폼은 말 그대로 ‘장(場)’이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거래를 연결하고 중계해 주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플랫폼 전략의 요체다. 가치 창출과 관련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효용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 우버 사용자가 증가하면 운전 기사가 늘어나고, 그 결과 탑승객 대기 시간은 줄어들고, 더 많은 승객이 우버를 이용하게 된다. 나의 사용이 전체 플랫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플랫폼 성패의 관건은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디자인에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지렛대 삼아 플랫폼은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다. 한정된 내부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기업들이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지는 이유다. 한때 유행한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표현은 이제 “플랫폼이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로 바뀌어야 한다.
플랫폼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뒷받침된다. 인터페이스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자동화되고 정교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언제 어디서나 공유 경제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활용할 수 있다. 융합과 공짜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 비즈니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확산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플랫폼화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와 기능을 연결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해서 창출하는 모델을 통칭한다.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2014년 2월 자사 블로그를 통해 그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전기차 관련 특허와 더불어 테슬라 S모델 설계도를 공개했다. 기술 집약 회사의 생명인 지식재산권을 공유함으로써 전기차 전체 시장을 확대했다. 이후 테슬라는 에너지 회사로 전환하면서 전기차의 근본 사업(배터리, 충전소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 중이다. 테슬라가 이제 전기차 잘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IGM 세계경영연구원·한경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