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맛있는 돼지·달리는 돼지·뭘 해도 돈 되지~

장성훈 돼지문화원 대표

6차 산업 전도사 '나야 나'

돼지 길러서 매출 200억
공장서 가공식품 만들어 25억
돼지 경주 프로그램 통해 25억
1+2+3차 산업으로 연매출 250억

대형 축산회사와 차별화 필수
50% 비싼 제품 만들어라
강원 원주시 지정면. 한적한 산골 마을 한쪽에서 매일 서너 차례 돼지들의 달리기 경주가 벌어진다. 축사를 나온 돼지들은 출발을 외치는 신호가 떨어지면 연못을 돌고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정해진 코스를 돈 돼지들은 마당에 나와 아이들과 어울린다. 아이들은 먹이를 던져주며 즐거워하고, 돼지는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누빈다. 원주의 대표적 체험 관광지인 ‘돼지문화원’ 풍경이다.

돼지문화원을 운영하는 장성훈 대표(56·사진)는 스스로를 ‘6차 산업 전도사’라고 부른다. 장 대표는 1997년 돼지농장 운영을 시작했다. 2011년엔 돼지문화원을 열었다. 농장에선 돼지를 기르고(1차 산업), 가공공장에선 소시지와 돈가스를 만들며(2차 산업), 돼지문화원에선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3차 산업). 이를 다 더하거나 곱하면 생산·가공·체험을 한데 묶은 6차 산업이 된다.돼지농장에서 기른 돼지를 판매해 거두는 1차 산업 연매출은 약 200억원. 가공식품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벌어들이는 2차, 3차 산업 매출은 각각 25억원가량이다. 균형 잡힌 6차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에게 6차 산업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는 후배 농업인에게 조언할 때 꼭 얘기해주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1. 핵심은 1차 산업…근간을 다져라

원주 돼지문화원 돼지 달리기 프로그램.
장 대표는 “6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차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1차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생산물 유통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에 기초하고 있기에 1차 산업이 없으면 6차 산업도 없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 놓은 6차 산업 기업들은 정부 지원금이 끊어지면 바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돼지문화원의 가공식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돼지 자체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60일 만에 키우는 속성 사육 대신 2~3주 정도 더 키우며 200일까지 키워 육질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그가 치악산 금돈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를 직접 만나기 시작한 것은 돼지농장 운영 11년차이던 2008년. 원주 시내에 50석 규모의 식당을 마련했다. 그러다 2011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퍼지면서 돼지를 대량으로 묻었다. 이를 계기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돼지문화원이다. 80억원가량을 들여 건물을 올리고 직원을 뽑았다. “다 갖춰놓기만 하면 잘될 줄 알았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2.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

2011년 돼지문화원 직원은 40명이었다. 서비스업을 하려면 직원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건비 등의 영향으로 매달 적자가 쌓여갔다. 분명 40명의 직원이 모두 열심히 일을 하는데 적자폭이 커졌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원이 시작됐어요. 30명 정도로 줄이면 될까 싶었는데 나중에는 20명까지 줄었습니다. 10명이 줄면 연 10억원을 절약하는 셈이더라고요.”지금도 돼지문화원에는 식당 직원을 포함해 22명이 일하고 있다. 첫해 3명의 직원을 둔 커피숍도 지금은 무인으로 운영한다. 그는 “50억원 매출에 20여 명이 딱 적당한 규모인 것 같다”고 했다.

가공 공장을 짓고 소시지 제조를 시작한 2012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카레도 넣고 청양고추도 넣고 총 7가지 맛의 소시지를 팔려고 했었죠. 그런데 종류가 많으니까 재고 관리가 안 되는 거예요. 지금은 네 종류만 팔아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6차 산업 형태는 가족농이다. 장 대표는 “장인정신이 있는 농부를 중심으로 한 가족 경영 형태가 6차 산업에 적합한 사업 모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노동력으로 연매출 5억원 정도를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3. 제품에 아이디어를 더해라

수많은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가공품 속에서 6차 산업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장 대표는 대형 축산회사와 경쟁해선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시장에 들어가면 안 돼요. 차별화를 해야 합니다.”

차별화는 가격인데 의외로 더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지론이 나왔다. 장 대표는 “대기업 제품보다 50% 비싼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살 길”이라며 “소규모로 생산하되 품질과 아이디어를 더해 소수의 단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돈가스를 예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돈가스 가공품에는 배터믹스가 들어갑니다. 배터믹스를 바르고, 빵가루를 더해 만드는 거죠. 그런데 저희 돈가스에는 배터믹스 대신 현미가루를 씁니다. 배터믹스는 인공 혼합물이기 때문에 돈가스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원주=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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