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세 시대, 빵 색깔이 곧 신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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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당신이 먹는 것을 나에게 이야기해 보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리다.”
독일의 유명한 속담 중 하나다. 그만큼 인간에게 음식은 중요하다. 날마다 먹는 음식은 우리의 육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음식의 역할은 이뿐만 아니다. 인간은 먹으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거래를 하고 권력을 유지한다. 음식을 얻기 위해 일하고, 때로는 전쟁도 불사한다.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는 역사학자의 눈으로 세계의 음식문화를 고찰한 책이다. 책은 육식, 빵, 포도주, 치즈, 홍차, 커피, 초콜릿 등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돼온 음식 일곱 가지의 역사적 흐름을 살핀다.저자에 따르면 중세 시대 빵의 색깔은 먹는 이의 신분을 알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였다. 고급 밀을 여러 번 정제해야 만들 수 있는 하얀 빵은 지배계급의 빵이었다. 중세 시대 농민은 상류층을 ‘흰 빵을 먹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반면 하층민은 주로 호밀, 귀리 등으로 만든 갈색 혹은 흑색 빵을 먹었다.
영국에서 ‘티타임’이 정착된 계기는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열악하던 노동 조건에서 찾는다. 하루 19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은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으면서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필요로 했다. 그것은 홍차였다. 자본가 계급 역시 홍차의 효과를 알아보고 노동자에게 일하는 중간 쉬는 시간을 제공하며 따뜻하고 단 홍차를 마시게 했다.
저자는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은 역사 전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음식 문화에 초점을 두면 새로운 차원에서 세계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과함께, 336쪽, 1만48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