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 회장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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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짐 될 수 없다" 사과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21일 전격 사임했다. 1969년 고려대 재학 중 미륭건설을 창업해 한때 제조·금융을 아우르는 재계 10위권 그룹(현재 36위)을 일군 김 회장의 48년 여정이 최근 불거진 성추행 혐의로 막을 내렸다. 그룹 회장 후임에는 산업은행 총재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이 선임됐다.
후임 회장에 이근영 전 금감원장
김 회장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저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주주와 투자자, 고객 및 동부그룹 직원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개인의 문제로 회사에 짐이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동부그룹 회장직과 계열회사(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김 회장의 사임은 전 비서인 A씨가 지난 11일 김 회장이 자신을 상습 추행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현재 신병 치료차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피소 이후 오랫동안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신임 회장은 2008년 동부메탈과 동부생명 사외이사를 맡으며 동부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경영 컨설팅을 하며 김 회장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