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긴축' 나선 미국… Fed 자산축소에 금리 추가 인상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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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조이는 미국‘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한 양적완화(QE) 정책의 종언을 고했다.’
Fed 10월부터 보유자산 점진적 축소
"미국 경제 확고한 회복세"…유동성 회수 나서
9년 만에 양적완화 마침표…금융시장 긴장
미국 중앙은행(Fed)이 20일(현지시간) 보유자산을 다음달부터 점차 줄이는 로드맵을 발표하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예고된 것이지만 Fed의 이런 긴축정책이 미칠 파장에 글로벌 주식·채권·외환시장은 주목하고 있다.◆다음달부터 자산 축소
Fed는 2008년 9월 월가발(發)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이를 수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12월 양적완화정책을 내놨다.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끌어내린 것으로 모자라자 동원한 초유의 조치였다. 시중에서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유동성을 대규모로 푸는 정책이었다.
그렇게 사들인 채권이 불어나 Fed 자산은 9000억달러(약 1020조원)에서 4조5000억달러로 팽창했다. 미 경기가 안정적인 회복궤도에 진입한 만큼 이제 자산을 줄여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만기가 도래하지만 Fed가 재투자하지 않아 시장이 사들여야 하는 자산 중 60%는 국채, 40%가 MBS다. Fed는 총자산 규모를 어느 수준까지 줄일지 밝히진 않았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이달 초 몇 년 안에 최저 2조4000억달러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2조5000억~3조달러 수준을 예상했다. 이 정도로 줄이면 기준금리를 0.45%포인트 인상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워낙 자산 규모가 커 시장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Fed는 미 국채의 29%, MBS의 17%를 보유하고 있다.◆12월 또 금리 인상할 듯
Fed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동결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경제 전망치(점도표)에서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또 기준금리를 2018년 세 번, 2019년 두 번, 2020년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2019년엔 금리를 세 번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연 2.9%까지 올릴 수 있게 된다.관건은 물가 수준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Fed의 목표치(2%)에 못 미치는 물가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은 높은 실업률, 에너지물가 하락,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하락 등 이유가 있었지만 (올해) 2%를 밑도는 인플레이션은 미스터리”라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물가가 상승해 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향후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면 금리 인상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Fed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2.2%)보다 높은 2.4%로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4.3%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2019년에는 4.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 계획대로 향후 2년간 170bp(1bp=0.01%포인트)가량 기준금리를 올리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개인의 빚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러화, 강세로 돌아서
옐런의 속마음을 읽는 것으로 알려진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지난 5일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선 Fed의 금리 인상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날 Fed가 2017~2018년 금리 전망을 유지하고, 허리케인 피해에도 경기에 대해 양호한 평가를 내리자 “예상보다 매파적”이란 분석이 나왔다.FOMC 회의 직후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배경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뉴욕채권시장에서 0.0230%포인트 상승한 연 2.2704%에 마감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 가까이 올라 92.70을 기록했다.
뉴욕=김현석/워싱턴=박수진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