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고용해도 '파견법 위반' 불씨 여전

낡은 규제에 갇힌 프랜차이즈

제빵업종은 파견 원천적 불허
가맹점주, 제빵사에 지시 못해

전문가 "파견 허용 업종 적어…법 개정해 노동유연성 확보"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해 불법 파견을 해소하도록 했다. 하지만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업계는 이 같은 직접 고용이 새로운 불법 파견 논란을 키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빵기사는 본사에서 직접 고용하더라도 기존과 동일하게 각 가맹점에서 일한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가 불가피하게 업무 지시를 하면 법리 해석에 따라 또다시 불법 파견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제과·제빵 업종은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견이 원천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불법 파견을 둘러싼 논란이 제조·서비스업계에서 프랜차이즈업계까지 확대되면서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방안이 사실상 전무한 노동법제 아래에선 언제든 불법 파견 논란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고용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이 같은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전문가들은 산업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파견법부터 고쳐야 하다고 지적한다. 파견법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제정됐다. 당시 26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했다가 2007년 32개 업종으로 늘렸다. 하지만 제·개정 당시에도 허용 대상이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려고 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파견 문제는 파견 허용 업종이 32개밖에 안 되기 때문에 도급 등 다른 방식으로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라며 “파견법 개정 등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