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뭐기에… 치주염으로 영구치 뽑은 환자 6년간 24만명 늘어

젊은층도 급증

과식·과음 치주질환 부추겨
이 악물면 치아 손상 유발
턱관절장애 생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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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문 대통령이 어금니 두 개를 절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도 최근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심기 위해 어금니를 뽑았다. 아직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지만 벌써 다섯 번째 임플란트 시술이었다. 김씨는 “문 대통령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치주염이 악화됐다는데, 내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치아를 뽑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치주 질환이 악화되면서 그 자리에 임플란트를 대신 심기 위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영구치를 뽑기 위해 치과를 찾은 환자는 2010년에 비해 24만 명가량 늘었다. 이런 추세는 노년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청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영구치를 뽑은 환자 중 30~40대의 비율은 27%였다.
이정원 서울대 치과병원 교수는 “영구치를 뽑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치주 질환 악화도 그중 하나”라며 “스트레스와 과로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치주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과로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외부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래환자 중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환자가 있었는데 구강 관리도 잘하고 치료도 정기적으로 받았지만 치료 효과가 크지 않아 결국 발치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는 치아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기르기도 한다. 이를 악무는 습관이 대표적이다. 이를 악물면 치아에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턱관절에 나쁜 영향을 끼쳐 턱관절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식습관도 관련이 있다.이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지방 음식을 먹거나 과식하게 되고, 이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촉진한다”고 했다. 치주염은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과도 연결된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가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키고 치주염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아 손실을 유발하는 치주 질환은 서서히 진행된다. 통증이나 이상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치주 질환이 진행된 상태다. 이 교수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치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다면 구강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상태를 점검하는 등 치아 건강 관리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락근/성수영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