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北'지진-UN연설' 와중 '죽음의 백조' 북한 침투…이젠 말보단 행동?
입력
수정
북한 핵실험장 인근 지진 터지자 B-1B 수대 북한 침투'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여러 대가 24일 새벽 북한 동해 최북쪽 가장 깊숙히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펼쳤다. 같은 시간 북한 핵실험장에서 20여㎞ 떨어진 지점에선 강도 3.0의 지진이 발생했다. 추가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인지 여부에 군사적 이목이 쏠린 가운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 전략폭격기가 북한 공해상으로 날아간 셈이다.
"21세기 들어 휴전선 북방 가장 깊숙이 비행"
北리용호 "트럼프, 정신이상자" 인신 공격
미국 국방부는 이번 비행이 "북한이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작전 이후 "여러 대의 B-1B 랜서가 이날 F-1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며 "21세기에 북한 해상을 비행한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 중 휴전선(DMZ) 최북쪽으로 가장 깊숙히 비행했다"고 확인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미사일(ICBM) 발사 실험 등에 맞서 북한에 말보다 행동으로 군사경고를 보냈다는 의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용할 준비가 됐다는 군사 옵션 가운데 하나를 실행에 옮긴 셈이다. B-1B는 전쟁 등 유사시 2시간이면 미국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날아와 다량의 폭탄으로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폭탄 탑재량도 많고 속도도 빠르다.
화이트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위협도 무찌를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들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결의와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미 본토와 우리의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군사적 능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B-1B 랜서 폭격기는 이날 미국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했다. 폭격기를 호위한 F-15 전투기는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합류했다.특히 이날 비행은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 다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펼쳐진 작전이다. 지진 감지 직후 인공 폭발에 따른 지진으로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 뒀다가 기상청과 유엔 산하 핵실험금지 감시기구가 자연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마국 뉴욕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 기조연설에서 작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이상자로 몰아부쳤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는)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로 미국인들에게마저 고통만을 불러오는 최고통사령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하겠다"라고도 위협했다.
미국 언론도 유엔을 방문한 북한의 공식 정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정면 대응을 천명한 시점에 맞춰 미 폭격기가 북한 동해공역을 비행한 데 주목했다. 결국 이날 B-1B 여러 대의 북한 침투 비행은 미국에 정면도전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말보다 강력한 행동으로 위협을 가했다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공언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로 받아치며 초강경 대응을 성명으로 발표한 데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성명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미국인 보호를 위해 정말 다른 선택은 없다"며 군사력 사용을 경고한 바 있다.다만 이번 B-1B의 한반도 전개가 최근 반복됐다는 점은 극단적 무력 사용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평가도 있다. B-1B는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전후한 지난달 31일과이번 달 18일에도 한반도로 날아온 바 있다. 18일 훈련 때는 B-1B 2대, 주일미군 전략무기인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 우리 공군 F15K 4대 등 총 10대가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북상해 비행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