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책 쏟아내는 아베…기업 "해외보다 일본 생산이 낫다"
입력
수정
지면A4
한국경제 창간 53주년 - 일본 경제 달리는데 한국은…“해외보다 일본 내 생산이 더 경쟁력이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의 말은 그만큼 일본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있다는 점을 웅변한다. 유턴 기업을 포함한 일본 기업들은 활발한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올 1분기 일본 내 민간 설비투자 규모는 10조5000억엔에 달했다. 7년 만의 최대치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설계자’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 경제가 분명히 다른 레벨에 도달했다”고 단언했다.◆‘제조업 공동화’ 우려는 옛말저임금을 좇아 해외로 나갔다가 일본으로 유턴하거나 유턴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캐논 외에도 수두룩하다. JVC켄우드 카시오 TDK 등 글로벌 기업들이 유턴 대열에 합류했다. JVC켄우드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둔 자동차용 위성항법장치(GPS)기기 생산거점을 나가노현으로 옮겼다.
(1) 기업 돌아오는 일본…기업 떠나는 한국
열도로 되돌아오는 기업들…캐논·카시오 등 속속 유턴
기술수준·R&D 환경 우수…'메이드 인 재팬' 부활 이끌어
아베의 '기업 기(氣)살리기'
법인세 파격적 인하에다 수도권 공장 규제 전면철폐
GDP 540조엔으로 급증
일본으로 돌아오는 기업이 늘면서 ‘제조업 공동화’ 우려는 옛말이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해외법인이 일본에 제품을 출하하는 ‘역수입’ 매출이 올 1분기(1∼3월) 2조5926억엔(약 26조9000억원)에 그쳤다. 최대치에 달했던 2015년 3분기(7∼9월) 대비 13% 줄었다. 일본 내 생산이 늘었다는 뜻이다.
유턴 배경은 다양하다. 지난 4월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서 기업들은 환율 효과(33.3%)나 해외 인건비 상승 부담(21.5%) 못지않게 품질 관리(21.5%), 생산기간 단축(17.2%), 기술 문제(5.4%) 등을 유턴 이유로 들었다.일본 내 여건이 더 좋아져 임금이 비싸더라도 경쟁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분야와 의약품 등의 업종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일본 주요 기업의 총자산이익률(ROA·순이익/총자산)은 2.90%로 8년 만에 미국 기업(2.89%)을 앞섰다.
◆핵심 경쟁력은 국내에서 나와
핵심 경쟁력인 기술력을 유지하고,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브랜드에 걸맞은 품질을 지키는 데는 일본 내 공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 만한 대책이 없다는 공감대가 산업계에 퍼져 있다.도요타자동차는 2007년 해외생산 대수가 국내 생산을 추월했다. 그러나 이후 생산량의 46% 이상을 줄곧 국내 공장이 담당하고 있다. 호리키리 도시오 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은 “도요타도 다른 경쟁사들처럼 인건비가 싼 해외로 적잖게 진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기술력과 품질 유지를 위해 일본 생산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 氣 살리기 주력
일본 기업이 불안을 느끼지 않고 본국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아베 정부는 30%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2년 25.5%, 2015년 23.9%, 2016년 23.4%로 낮췄다.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들은 완화하거나 혁파했다. 수도권인 하네다공항이 사용하지 않는 활주로 등 유휴지 11㏊(약 3만3000평)를 2020년까지 항공·로봇산업 관련 첨단기업 집적지로 조성할 수 있는 것은 수도권 규제 완화 덕분이다.
일본 정부는 2002년 ‘(수도권)공업 등 제한법’을, 2006년엔 지역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삼던 ‘공장재배치촉진법’을 없애 수도권 공장 진입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아베 정부는 대도시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전략 일환으로 국가전략특구제도를 도입했다.
이토 명예교수는 “아베 정부가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금융, 재정, 성장정책을 뚜렷한 비전을 갖고 동시에, 꾸준하게 시행한 덕분에 500조엔을 밑돌던 국내총생산(GDP)이 540조엔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나고야·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