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책 쏟아내는 아베…기업 "해외보다 일본 생산이 낫다"

한국경제 창간 53주년 - 일본 경제 달리는데 한국은…
(1) 기업 돌아오는 일본…기업 떠나는 한국

열도로 되돌아오는 기업들…캐논·카시오 등 속속 유턴
기술수준·R&D 환경 우수…'메이드 인 재팬' 부활 이끌어

아베의 '기업 기(氣)살리기'
법인세 파격적 인하에다 수도권 공장 규제 전면철폐
GDP 540조엔으로 급증
도요타자동차는 2007년 해외생산 대수가 국내를 추월했지만 핵심 기술력과 품질 유지를 위해 전체 생산 물량의 46% 이상을 일본 내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아이치현 도요타시 쓰쓰미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제공
“해외보다 일본 내 생산이 더 경쟁력이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의 말은 그만큼 일본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있다는 점을 웅변한다. 유턴 기업을 포함한 일본 기업들은 활발한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올 1분기 일본 내 민간 설비투자 규모는 10조5000억엔에 달했다. 7년 만의 최대치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설계자’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 경제가 분명히 다른 레벨에 도달했다”고 단언했다.
◆‘제조업 공동화’ 우려는 옛말저임금을 좇아 해외로 나갔다가 일본으로 유턴하거나 유턴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캐논 외에도 수두룩하다. JVC켄우드 카시오 TDK 등 글로벌 기업들이 유턴 대열에 합류했다. JVC켄우드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둔 자동차용 위성항법장치(GPS)기기 생산거점을 나가노현으로 옮겼다.

일본으로 돌아오는 기업이 늘면서 ‘제조업 공동화’ 우려는 옛말이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해외법인이 일본에 제품을 출하하는 ‘역수입’ 매출이 올 1분기(1∼3월) 2조5926억엔(약 26조9000억원)에 그쳤다. 최대치에 달했던 2015년 3분기(7∼9월) 대비 13% 줄었다. 일본 내 생산이 늘었다는 뜻이다.

유턴 배경은 다양하다. 지난 4월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서 기업들은 환율 효과(33.3%)나 해외 인건비 상승 부담(21.5%) 못지않게 품질 관리(21.5%), 생산기간 단축(17.2%), 기술 문제(5.4%) 등을 유턴 이유로 들었다.일본 내 여건이 더 좋아져 임금이 비싸더라도 경쟁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분야와 의약품 등의 업종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일본 주요 기업의 총자산이익률(ROA·순이익/총자산)은 2.90%로 8년 만에 미국 기업(2.89%)을 앞섰다.

◆핵심 경쟁력은 국내에서 나와

핵심 경쟁력인 기술력을 유지하고,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브랜드에 걸맞은 품질을 지키는 데는 일본 내 공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 만한 대책이 없다는 공감대가 산업계에 퍼져 있다.도요타자동차는 2007년 해외생산 대수가 국내 생산을 추월했다. 그러나 이후 생산량의 46% 이상을 줄곧 국내 공장이 담당하고 있다. 호리키리 도시오 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은 “도요타도 다른 경쟁사들처럼 인건비가 싼 해외로 적잖게 진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기술력과 품질 유지를 위해 일본 생산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 氣 살리기 주력

일본 기업이 불안을 느끼지 않고 본국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아베 정부는 30%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2년 25.5%, 2015년 23.9%, 2016년 23.4%로 낮췄다.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들은 완화하거나 혁파했다. 수도권인 하네다공항이 사용하지 않는 활주로 등 유휴지 11㏊(약 3만3000평)를 2020년까지 항공·로봇산업 관련 첨단기업 집적지로 조성할 수 있는 것은 수도권 규제 완화 덕분이다.

일본 정부는 2002년 ‘(수도권)공업 등 제한법’을, 2006년엔 지역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삼던 ‘공장재배치촉진법’을 없애 수도권 공장 진입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아베 정부는 대도시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전략 일환으로 국가전략특구제도를 도입했다.

이토 명예교수는 “아베 정부가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금융, 재정, 성장정책을 뚜렷한 비전을 갖고 동시에, 꾸준하게 시행한 덕분에 500조엔을 밑돌던 국내총생산(GDP)이 540조엔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나고야·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