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인터넷] "카카오미니, '연결' 서비스 카카오의 강점… 삼성 등 기업과 제휴 소식 계속 나올 것 …가사도우미·드라이버 등 O2O는 시행착오"
입력
수정
지면B3
임지훈 카카오 대표 인터뷰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드라이버, 가사도우미 등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판단착오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플랫폼과 인공지능(AI) 등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선보인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에 대해선 “AI 스피커는 기술만이 아니고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떤게 있는지 더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카카오가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외 진출도 게임, 웹툰, 웹소설 등 해외 시장에 먹힐 수 있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취임 2주년 간담회
게임·웹툰·엔터 등 콘텐츠 위주로 해외진출 비중 늘려 나갈 것
포털 산업 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
글로벌 IT기업과 역차별 문제 있어
임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개 석상에서 기자들과 만난 것도 201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카카오의 전 직원 미팅 ‘T500’을 본떠 마련됐다. 임 대표는 2시간 가까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취임 이후 카카오가 어떻게 바뀌었나.
“처음 부임했을 때는 최고경영진협의체(CXO) 체제를 고수했다.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독단적인 결정은 리스크가 크다. 지난해 3월부터 각 부문장이 최고경영자(CEO) 마인드로 일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기 시작했다. 분사는 전략과 목적이 아닌 도구다. 사업에서 성과를 잘 낼 수 있다면 쓸 수 있는 카드다.”
▶카카오미니 사전 판매가 흥행했다.“(가격, 부가서비스 같은) 조건이 좋았던 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카카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기대하는 것도 있다. 사전 판매 때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부분은 반성한다. 어마어마한 트래픽이 몰렸다.”
▶정식 판매한 뒤에도 선전할까.
“AI 스피커는 기술만이 아니라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가 얼마나 있는지 더 중요하다. 그 측면에서는 카카오가 잘할 수 있다.”▶AI 개발 컨트롤타워는 어디인가.
“카카오 아이를 리드하는 사람은 (카카오 본사의) 김병학 부사장이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브레인에서 좀 더 원천적인 것을 고민한다. 두 곳이 정기적으로 교류해 기술과 의견을 교환한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계획은.“논의하다 보면 좋은 접점이 생길 것이다. 올해 안에 삼성전자 외에도 생활에 관련된 회사들과 제휴 했다는 소식을 계속 들을 수 있을 거다.”(지난 21일에는 롯데정보통신과 제휴를 맺었다.)
▶해외 진출 계획은.
“해외 사업은 로망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전 국민이 쓰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두 번째, 세 번째 메신저가 되는 것은 사업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포털이나 검색 서비스도 해외 진출이 어렵다. 한국은 게임과 이모티콘, 웹툰, 웹소설,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가 강하다. 콘텐츠 사업에서 점점 해외 비중이 커질 것이다. 핵심 플랫폼 사업은 국내에서 쭉 나가고 콘텐츠 사업은 파트너사들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전략이다.”
▶과거 로엔 같은 대형 투자가 또 있을까.
“투자나 인수합병(M&A)은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빅딜이 일어난다. 올해는 몇 개의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식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의 철학이 파트너와 많이 일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동영상 콘텐츠 성장 계획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하진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라이브 쪽을 보긴 했다. 카카오톡과 가장 잘 연결될 수 있는 분야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중요하지만 넷플릭스처럼 대규모로 돈을 들여 드라마를 찍는 게 답인지 모르겠다. 웹툰도 오리지널 콘텐츠다.”
▶정부에서 카카오톡에 예약전송 기능을 요구했다.
“논의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기능을 잘 보면 굳이 예약전송을 만들지 않아도 기능이 다 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관한 사회적 주제이지 기능에 대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구글금지법, 페이스북금지법 얘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O2O 사업이 잘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시행착오를 인정한다. 카카오드라이버가 기대보다 훨씬 잘 안됐고 판단 실수였다고 깨달았다. 가사도우미 등 여러 프로젝트를 접었다. 그결정도 고통스러웠다. 이 덕분에 카카오가 집중해야 할 영역이 뾰족해진 효과는 있다.”
▶가장 두려운 서비스나 상황이 있다면.
“한 사업자를 꼽기 어렵다. 무한 경쟁이다. ‘이 서비스 써보니 더 좋네’라는 반응이 나오면 이용자들은 넘어갈 수 있다. 생활에 편리한 서비스를 계속 진화시키는 게 답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걸 더 잘하는 것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포털산업 규제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있다. 왜 국내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강한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가. 똑같이 규제해달라는 게 아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똑같이 뛸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네이버의 준대기업 집단 지정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제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이슈될 게 없었고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요청에 맞춰 따르고 있다.”
▶연임에 대한 생각은.
“연임은 이사회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것에 신경 쓰면서 성과를 못 내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분기 실적에만 신경 쓰면 카카오톡 실행할 때마다 광고를 띄우자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무식한 얘기가 나온다.”
▶임지훈에게 카카오란.“카카오는 내 생활이다. 카카오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저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국가에서 많은 유저를 대상으로 많은 파트너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도 별로 없다. 살짝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에 가서도 ‘미래를 보고 싶으면 한국에서 카카오로 생활해봐라’라고 얘기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