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최저임금 가파른 인상은 기업에 부담… 규제 혁파로 보완을"

커지는 최저임금 효과 논란

기업들 고용 규모 줄이면 가계소득 늘어나는 것보다
인건비 축소 더 커질 수 있어…소비 증가 유발 실패 우려
설비투자·R&D 확대 유도…생산성 높여야 정책 성공
사람중심 성장 내세우지만 문재인 정부 아직은 '공정'만 강조
균형있는 경제정책 필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사진)이 25일 한 강연에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가계 소득이 줄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 설계자가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해법으로 “기업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늘리도록 규제를 혁파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사단법인 4월회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제107차 명사특강에 초청 연사로 나서 ‘최저임금 정책의 허와 실’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불평등 해소와 근로자 소득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하지만 경제는 물론 근로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기업들이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기업들의 고용 축소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다만 얼마나 줄일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증가분보다 고용 감소에 따른 인건비 축소분이 더 크다면 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생산 증가→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처음부터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김 부의장은 가계소득 증가가 생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가계소득이 올라서 민간소비가 늘었다고 쳐도 원가 부담 때문에 생산이 늘어날지는 불투명하다”며 “오히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생산라인 해외 이전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도대로 선순환할지, 문제점이 발생할지는 내년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의장은 “정책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근로자 소득 확대 정책이 근로자 능력 확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와 재계의 부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근로자가 직접 소득을 끌어올리게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근로자들이 더 높은 직업 이해도와 설비 기술을 가지고 일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며 “결국 근로자의 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4차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규제를 큰 폭으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여전히 성장보다는 복지 확대 측면에 머물러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정부는 ‘공정, 혁신의 사람중심 성장경제’를 표방하지만 아직은 공정만 강조되고 혁신은 안 보인다”며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아 큰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지만 정책 관계자들을 만나 경제정책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김 부의장은 서강대 석좌교수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제공약 설계를 주도했다. 올해 초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J노믹스의 주요 뼈대를 짰고 5월 정부 출범 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선임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관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