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안쓰는 원전기술, 어떤 나라가 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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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맥우드 OECD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윌리엄 맥우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사진)은 25일 “한국이 더는 쓰지 않는 원자력 기술을 다른 국가에서 쓸 일이 있을지 회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 2017 국제 핵연료주기학술대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탈(脫)원전 정책이 원자력 기술 수출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원자력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빼고도 러시아와 중국, 미국 등 여러 곳이 있다”며 “원전 기술을 수입하는 나라 입장에서 자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사려고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OECD 회원국들의 원자력 정책과 진흥 방안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NEA의 책임자다.한국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를 계기로 60년에 걸쳐 노후화된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그간 애써 쌓은 원자력 기술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 원자력 연구개발(R&D)과 한국형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원전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맥우드 사무총장의 이날 발언은 한국 정부의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신규 원전 5기를 짓다가 이 중 2기를 예산 초과로 중단한 사례를 소개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미국은 오랫동안 원전을 짓지 않아 건설에 대한 전문성과 지식이 부족하고 기업들도 경험이 없어 예상보다 비용이 초과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안정적인 공급망과 경험을 갖춘 인력이 중요한데 원전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면 빠른 속도로 이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성공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며 “현재 가용 가능한 옵션(원자력)을 제외할 때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