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년-①]몸값 낮추고 쪼개 팔고…한우·굴비세트 달라진 운명

지난 설 서울의 한 백화점에 4만9000원 돼지고기세트가 출시된 모습. /한경DB
5만원 이상의 선물을 금지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정착되면서 추석 풍경도 바뀌고 있다.

한우와 굴비 등은 덩치를 크게 줄이거나 고급 선물이 가능한 개인 고객을 타깃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저가 선물의 대표 격인 스팸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김영란법 시대'에 적응해가는 모습이다.26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중 한우 선물세트 판매액은 지난해 추석보다 19.8% 늘어난 2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추석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한 후 올해 설에도 20% 가까이 매출이 꺾였던 한우 선물세트가 1년여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사전예약 이후의 본 행사에서도 지난 추석보다 60% 넘게 더 팔리고 있어 사상 최대 매출까지도 바라보고 있다는 설명이다.한우 시세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인 데다가 5만원 이하의 냉동 한우 세트부터 40만원대 고급 세트까지 구성을 다양화한 것이 선전 요인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불고기와 국거리가 각각 0.7kg씩 포함된 노브랜드 냉동 한우 정육세트를 4만8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GS25도 한우를 이용한 5만원짜리 추석선물세트를 내놓고 있다. 1등급 한우를 이용해 불고기와 버섯 등을 세트로 구성하는 등 가격은 낮추고 효율성을 높여 인기를 끌고 있다.예년에는 20만원을 호가했던 굴비도 몸값을 크게 낮췄다.

현대백화점은 18~20cm 내외의 굴비 10마리를 넣은 4만9000원짜리 굴비 세트로 실속을 챙겼다. 이마트는 참조기 대신 민어로 만든 민어굴비(5마리, 4만9900원)로 가격을 맞췄다.

고기의 경우에도 소고기 대신 저렴한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식으로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롯데마트는 지난 설에 미국산 냉동 찜갈비 세트(2kg)를 5만원에 선보여 준비한 물량을 완판했고 올 추석에도 3~4만원대에 돼지갈비·LA갈비 세트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1~2만원대 초저가 상품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올 추석 기간 중 2만원 이하 선물 세트의 판매 비중은 36%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5만원 이상 선물 세트는 53%에서 31%로 22%포인트 줄었다.

저가 선물의 대표격인 스팸은 올 추석에 사상 최대 판매가 기대된다.

CJ제일제당 측은 "올 추석에는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1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란법에 구애받지 않는 개인용 선물은 오히려 고급화하는 추세다. 불고기 대신 스테이크용·구이용 소고기의 인기가 늘어나는 등 먹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추석 선물세트 판매 기간 중 구이용 소고기 매출 비중(전체 정육 중 31.1%)이 불고기용(27.2%)과 갈비용(25.8%)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추석 정육 판매 비중에서 구이용 소고기가 불고기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두께가 1cm가 넘는 스테이크용 고기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도 티본과 부채살로 구성된 H스테이크 세트, 채끝·등심 등으로 구성된 한우구이 세트 등 스테이크용 한우 세트를 내놨다.윤상경 현대백화점 생식품팀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명절 선물로 스테이크가 뜨고 있다"며 "물량을 늘리고 가이드북에 전용 페이지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판매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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