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베트남 마리타임증권 인수…미국·홍콩 이어 동남아 공략 거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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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증권사 중 자산기준 27위KB증권이 베트남 현지 증권사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했다. 미국(뉴욕)과 홍콩에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지분 90%대…400억원에 계약
IT투자 통해 브로커리지 강화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베트남 마리타임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 지분은 레딘응옥 이사회 의장 등 주요 주주 8명의 보유 지분(70.85%)을 포함해 100%에 약간 못 미치는 규모다.인수금액은 400억원가량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은 베트남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인가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인가에는 2~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타임증권은 2008년 베트남 하노이에 설립된 중소형 증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약 312억원, 자기자본은 약 242억원이다. 베트남 현지 79개 증권사 가운데 자산 기준 27위, 자기자본 기준 24위에 올라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75%다.
지난해 매출 약 79억원, 순이익 약 11억원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약 33억원, 순이익 약 8억원을 기록했다. 대주주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서 매물로 나온 가운데 베트남 진출을 추진해 온 KB증권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전병조 KB증권 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 증권사 인수 추진 의사를 밝혔다.KB증권은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한 뒤 정보기술(IT) 투자를 통해 브로커리지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인수합병(M&A)과 주식발행(ECM), 채권발행(DCM) 등 IB 전 부문의 역량도 키워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KB증권이 가세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네 곳으로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는 10년 전인 2007년 베트남 법인을 세웠다.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 시절(2009년) 베트남 증권사 CBV 지분 49%를 인수하며 거점을 마련했다. 연내 추가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현지 주주들과 합의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현지 증권사 EPS증권 지분 49%를 인수하며 합작법인 KIS베트남을 설립한 뒤 지분율을 98.7%로 끌어 올렸다.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이하일 정도로 풍부한 경제활동 인구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14년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대를 넘는 등 고속 성장하면서 자본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베트남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외국인 지분 한도 상향 조정, 투자 절차 간소화, 파생상품 시장 개방 등 다양한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