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느라 팍팍한 가계… 2분기 여유자금 10.5조로 급감

기업 순자금조달은 14.8조로 5년 만에 최대…투자증가 영향
가계및비영리단체 부채 1천600조 돌파

올해 2분기(4∼6월) 우리나라 가계는 집을 사느라 여유자금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7년 2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0조5천억원으로 1분기보다 3조6천억원 줄었다.

순자금운용은 작년 3분기 6조2천억원에서 4분기 19조2천억원으로 급증했다가 1분기 14조1천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1년 전인 작년 2분기(15조6천억원)와 비교하면 5조1천억원 줄었다.순자금운용은 예금,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이다.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으로 볼 수 있다.

박동준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순자금운용 규모가 축소된 요인으로 "신규주택 구입이나 기존 주택 매매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2분기에 서울 등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1분기 19만9천건에서 2분기 25만9천건으로 크게 늘었다.

가계가 빚으로 집을 많이 장만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것이다.
1분기에 순자금운용 2조7천억원을 기록한 비금융법인기업(금융회사를 제외한 기업)은 2분기 들어 14조8천억원 순자금조달로 바뀌었다.

통상 기업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하는 주체로 인식되지만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이례적으로 자금운용 금액이 자금조달 금액보다 많았다.

작년 2분기 이후 1년 만에 순자금조달로 전환된 데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의 영향이 컸다.

기업 순자금조달 규모는 2012년 2분기(26조4천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개선이 설비투자 증가를 견인했다.
일반정부는 순자금운용이 14조5천억원으로 1분기(6조6천억원)의 2.2배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2분기 재정집행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부문 전체의 순자금운용은 17조2천억원으로 1분기(26조2천억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지난 6월 말 우리나라 총금융자산(비거주자 금융자산 포함)은 1경6천158조5천억원으로 석달 사이 470조5천억원 늘었다.

금융자산 구성내역을 보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3천390조6천억원(21.0%)으로 가장 많고 현금 및 예금 3천95조3천억원(19.2%), 대출금 2천835조5천억원(17.5%), 채권 2천586조2천억원(16.0%)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비중이 3월 말보다 0.8% 포인트 확대됐다.

코스피 등 주가가 오른 점이 요인으로 꼽힌다.

또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1천911조6천억원으로 3월 말보다 54조원 늘었다.

금융자산 잔액은 3천530조3천억원으로 2분기에 85조9천억원 늘었고 금융부채 잔액은 1천618조6천억원으로 31조9천억원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가 1천600조원을 넘기는 사상 처음이다.

금융부채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노동조합을 비롯한 비영리단체를 포함하기 때문에 한국은행 다른 통계인 가계신용(6월 말 1천388조3천억원)보다 훨씬 많다.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지난 3월 말 2.17배에서 6월 말 2.18배로 약간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