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식은 밥도 맛있는 쌀'…철원오대쌀로 연 3억 매출

최정호 철원군특수미생산자협의회 회장

오대는 수확량이 다른 벼보다 10% 적고 병충해에도 약하죠
그런데 밥맛이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오대를 키웠죠

강원 철원오대쌀은 경기 이천쌀, 여주쌀 등과 함께 국내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쌀 브랜드다. 오대쌀은 특히 국내 자체 개발 품종이라는 점에서 농업계에선 의미를 둔다. 1982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했다.

철원오대쌀의 밥맛이 인기를 끄는 건 품종과 철원 자연환경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추위에 강하고 재배 기간이 짧은 오대쌀은 일조량이 많으면서 일교차도 큰 철원의 기후와 궁합이 맞다. 오대쌀로 지은 밥이 찬 밥이 됐을 때도 맛을 잃지 않는 이유다. 최근 추수를 앞둔 강원 철원군 대마리 철원평야는 황금빛 벼들로 넘실대고 있었다. 오대쌀 브랜드를 처음부터 키워온 최정호 철원군특수미생산자협의회 회장(63)을 만났다. 1979년 철원에 터를 잡은 그는 오대쌀이 실험실을 막 벗어나 농민들에게 전해졌던 1980년대 초부터 키워오고 있다.

최 회장은 대마리 일대 20만㎡(약 6만 평) 논에서 매년 100t의 쌀을 생산한다. 5년 전부터는 귀농한 작은 아들 부부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1년 매출은 3억원 수준이다. 그는 오대쌀 재배와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싹이 튼 볍씨를 논에 직접 심는 무논점파재배법을 주변 농가에 알려 모내기 시간과 인력,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노력으로 2010년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식량부문 명인으로 선정됐다.

“오대가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수확량이 다른 벼보다 10% 정도 적고 병충해에도 약하거든요. 저도 처음엔 논 한쪽에 조그맣게 시험 삼아 길러봤어요. 그런데 수확해서 밥을 해 먹으니까 밥맛이 정말 좋더라고요. 앞으로는 밥맛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 오대를 키우기로 했죠.”

그는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오대쌀의 뒤를 이어 철원을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의 쌀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오대쌀이 전국구 브랜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점점 쌀을 먹지 않는 상황에서 오대쌀 재배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최 회장이 주목한 건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향기 나는 고향찰이다. 구수한 누룽지 향기가 나고 쌀알이 큰 찹쌀이다. 밥쌀 소비는 줄어들더라도 떡과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가공용 쌀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철원=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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