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은행주의 향방은… "규제리스크 덫 못 벗어나" vs "실적장 이어갈 것"

한동안 증시를 주도했던 은행주에 대한 주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은행주는 하락세다. 추석 이후 3분기 실적 공개를 통해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지만,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 걸려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코스피 은행업종 지수는 7%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크다. 은행업종 지수가 올 들어 7월 말까지 36.4% 오르며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8.5%)을 앞선 것과 반대 흐름이다. 이달 들어 우리은행 신한지주 등은 각각 4%와 3% 가량 하락했다.정부의 ‘규제 리스크’ 부담이 은행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틀을 개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연내 연체금리 산정체계 등을 개편하기로 하면서 은행의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현재 은행권 연체금리는 최고 연 15%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연체 가산금리는 6∼9%포인트 수준으로 미국(3∼6%포인트), 독일(2.5%포인트) 등 해외보다 높아 인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규제 정책도 악재다. 지난달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각각 40%로 제한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정책 목표가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 축소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주 투자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은행과 내수·유통주는 당분간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매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올 3분기 은행주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반등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은행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은 4조2273억원으로 3개월 전 추정치(3조7390억원)에 비해 13% 가량 늘어났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한 대출 둔화는 이미 예견됐고, 연체 가산금리 인하 영향도 시중은행 전체에 4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며 “현재 하락세는 주가 상승에 따른 단순 차익실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평균(약 1.0배)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미국 금리 상승과 금융규제 완화로 글로벌 은행의 가치가 오르면 국내 은행주들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