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4) "너 이렇게 버릇없게 굴 거야?" 버럭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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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귀가해 현관문 앞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9시30분.
아이들이 내일도 제시간에 어린이집·유치원 가려면 슬슬 양치하고 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자기 전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쪼르르 나와서 "와 엄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하는 둘째아이와 달리 첫째가 보이지 않는다.
20분전만 해도 "엄마 어디야?"하며 귀가 재촉 전화를 했으니 벌써 잠들었을리는 없는데 말이다.
아이 방문 열고 들어가보니 그제서야 책상에 앉은채 고개를 돌리며 마지못해 아는체 한다.'이 상황은...육아기사에서 그동안 숱하게 접했던 바로 그 훈육이 필요한 시간이구나.'
짐짓 엄한 말투로 "엄마가 왔으면 얼른 나와서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하는거야! 지금 엄마가 왔는데 인사도 안하고 책상에만 앉아서 뭐하는거야! 내가 너 이렇게 버릇없는 아이로 키웠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의도했던 것 보다 더 크게 호통을 치게 됐다. 그런데도 아이는 고개만 푹 숙이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요"이러는 것이다.
'쥐콩만한게 사정은 무슨 사정.어디서 변명이야!'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다시는 그래선 안돼! 다음에 또 이러면 사랑의 매(라고 쓰고 효자손이라고 읽는다)를 드는 수밖에 없어!"라고 엄포를 놓았다.
※참고 : '사랑의 매'=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감있는 물건.
키우면서 '사랑의 매'를 든 적이 한 두번 있는데 자기들끼리 싸우며 때린다든지 여러번 주의를 줬는데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때, 임팩트 있게 엉덩이를 효자손으로 때린다. 바지는 물론 팬티까지 내리고 맨살을 효자손 쥔 내 손이 얼얼할 정도로 있는 힘껏 때리기 때문에 마음은 아프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고 향후 적어도 1년은 혼을 낼 일이 없다.
단 형제들끼리 서로가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각각 훈육을 하며 '사랑의 매' 뒤에는 아이에게 왜 이럴수 밖에 없었는지를 어떤 행동이 문제였는지 꼭 설명하고 안아주며 달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날 저녁 아이를 막 재우려던 찰나 딸 책상에 있던 책이 눈에 띄었다.아이가 네 살정도 였을때 읽어주고 나도 울고 딸도 울었던 책 '우리 엄마는 회사에 다녀요'였다. 이게 뭐라고...평범한 문구일 뿐인데 이 대목만 읽으면 나는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고 아이도 옆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아 사람 마음은 이렇게 다 전달이 되는구나' 뜨거운 게 느껴지면서 그 이후로는 제목만 봐도 목이 메였다.
오랫만에 발견한 책이 반가워서 "엇 이 책 읽었구나?? 어렸을때 엄마가 이거 읽어준거 기억나? 너 이 책 슬프다고 숨겨 놓고 그랬었잖아"하고 말을 건넸다.
"응. 아까 다시 이 책 읽는데 왠지 눈물이 났어요. 울고 있는거 엄마한테 들킬까봐...그래서 못나갔던 거에요."
"..."
아직 어리게만 생각했던 아이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가슴이 지하5층으로 쿵 내려앉았다.
'우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는 아이를 예의없다고 혼만 낸 거였구나.'
자는 아이 볼을 쓰다듬어 주는데 고맙고 미안하고 복잡다난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난 조금 더 좋은 엄마가 됐겠지.
그래도 늦게라도 아이 마음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위안삼기로 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워킹맘을 위한 30분 실전팁
1. 회사를 출발하면서 아이에게 전화해 책 5권을 읽게 하고 도착하면 퀴즈를 낸다.
"노란 난쟁이가 공주님에게 준 것은?"
"황금열쇠!!"
10문제를 내고 많이 맞춘 아이에게, 또는 맞춘 갯수만큼 포인트를 준 후 일정 포인트에 도달하면 상으로 갖고싶은 1000원 정도 장난감을 사준다.
퀴즈를 맞춰 상을 받으려는 마음에 책을 정독하는 습관이 길러지고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2. 명절에 여럿이 모인다면 아이들에게 각 물티슈 두장씩 배분해준 뒤 모래시계 3분동안 물티슈에 먼지를 많이 맞춰오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을 한다.
두 손을 바닥에 대고 네 발로 온 거실을 누비면서 물티슈를 더 더럽게 하려고 난리가 나면서 자연스럽게 바닥에 널린 머리카락 등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창틀 청소도 한번에 해결된다.
이게 뭐라고...진 사람이 한 판만 더하자고 난리가 나기도 하니 주의. 3판 정도하면 아이들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거실도 깨끗해져 청소부담을 덜 수 있다.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아이들이 내일도 제시간에 어린이집·유치원 가려면 슬슬 양치하고 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자기 전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쪼르르 나와서 "와 엄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하는 둘째아이와 달리 첫째가 보이지 않는다.
20분전만 해도 "엄마 어디야?"하며 귀가 재촉 전화를 했으니 벌써 잠들었을리는 없는데 말이다.
아이 방문 열고 들어가보니 그제서야 책상에 앉은채 고개를 돌리며 마지못해 아는체 한다.'이 상황은...육아기사에서 그동안 숱하게 접했던 바로 그 훈육이 필요한 시간이구나.'
짐짓 엄한 말투로 "엄마가 왔으면 얼른 나와서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하는거야! 지금 엄마가 왔는데 인사도 안하고 책상에만 앉아서 뭐하는거야! 내가 너 이렇게 버릇없는 아이로 키웠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의도했던 것 보다 더 크게 호통을 치게 됐다. 그런데도 아이는 고개만 푹 숙이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요"이러는 것이다.
'쥐콩만한게 사정은 무슨 사정.어디서 변명이야!'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다시는 그래선 안돼! 다음에 또 이러면 사랑의 매(라고 쓰고 효자손이라고 읽는다)를 드는 수밖에 없어!"라고 엄포를 놓았다.
※참고 : '사랑의 매'=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감있는 물건.
키우면서 '사랑의 매'를 든 적이 한 두번 있는데 자기들끼리 싸우며 때린다든지 여러번 주의를 줬는데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때, 임팩트 있게 엉덩이를 효자손으로 때린다. 바지는 물론 팬티까지 내리고 맨살을 효자손 쥔 내 손이 얼얼할 정도로 있는 힘껏 때리기 때문에 마음은 아프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고 향후 적어도 1년은 혼을 낼 일이 없다.
단 형제들끼리 서로가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각각 훈육을 하며 '사랑의 매' 뒤에는 아이에게 왜 이럴수 밖에 없었는지를 어떤 행동이 문제였는지 꼭 설명하고 안아주며 달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날 저녁 아이를 막 재우려던 찰나 딸 책상에 있던 책이 눈에 띄었다.아이가 네 살정도 였을때 읽어주고 나도 울고 딸도 울었던 책 '우리 엄마는 회사에 다녀요'였다. 이게 뭐라고...평범한 문구일 뿐인데 이 대목만 읽으면 나는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고 아이도 옆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아 사람 마음은 이렇게 다 전달이 되는구나' 뜨거운 게 느껴지면서 그 이후로는 제목만 봐도 목이 메였다.
오랫만에 발견한 책이 반가워서 "엇 이 책 읽었구나?? 어렸을때 엄마가 이거 읽어준거 기억나? 너 이 책 슬프다고 숨겨 놓고 그랬었잖아"하고 말을 건넸다.
"응. 아까 다시 이 책 읽는데 왠지 눈물이 났어요. 울고 있는거 엄마한테 들킬까봐...그래서 못나갔던 거에요."
"..."
아직 어리게만 생각했던 아이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가슴이 지하5층으로 쿵 내려앉았다.
'우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는 아이를 예의없다고 혼만 낸 거였구나.'
자는 아이 볼을 쓰다듬어 주는데 고맙고 미안하고 복잡다난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난 조금 더 좋은 엄마가 됐겠지.
그래도 늦게라도 아이 마음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위안삼기로 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워킹맘을 위한 30분 실전팁
1. 회사를 출발하면서 아이에게 전화해 책 5권을 읽게 하고 도착하면 퀴즈를 낸다.
"노란 난쟁이가 공주님에게 준 것은?"
"황금열쇠!!"
10문제를 내고 많이 맞춘 아이에게, 또는 맞춘 갯수만큼 포인트를 준 후 일정 포인트에 도달하면 상으로 갖고싶은 1000원 정도 장난감을 사준다.
퀴즈를 맞춰 상을 받으려는 마음에 책을 정독하는 습관이 길러지고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2. 명절에 여럿이 모인다면 아이들에게 각 물티슈 두장씩 배분해준 뒤 모래시계 3분동안 물티슈에 먼지를 많이 맞춰오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을 한다.
두 손을 바닥에 대고 네 발로 온 거실을 누비면서 물티슈를 더 더럽게 하려고 난리가 나면서 자연스럽게 바닥에 널린 머리카락 등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창틀 청소도 한번에 해결된다.
이게 뭐라고...진 사람이 한 판만 더하자고 난리가 나기도 하니 주의. 3판 정도하면 아이들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거실도 깨끗해져 청소부담을 덜 수 있다.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