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선물도 품위 있고 실용적인 백설표 설탕으로 하세요". 1960년대는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설탕이었다. 설탕을 사기 위해 줄을 100m씩 섰다. ◎CJ제일제당 제공추석 연휴 대부분 선물 하나씩은 산다. 부모, 자식 등 가족 간에 아니면 친구, 연인 등 지인들에게.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명절을 핑계 삼아 선물을 주기도 한다. 고민 끝에 혹은 본인의 형편에 맞게 고르는 만큼 선물은 그 시대의 경제상황과 소비코드를 엿볼 수 있는 반사경이 되기도 한다.
◆1960년대 최고 인기 선물이었던 '설탕'
"설탕 상품권". 1960년대는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설탕이었다. 설탕을 사기 위해 줄을 100m씩 섰다. ◎삼양사 제공1960년대에 최대 관심사는 '먹거리'였다. 한국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난지 불과 10년 밖에 안되던 때였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처음 나왔다. 마땅한 산업이란 게 없었다. 국내에 라면이 처음 나온 것도 이때였다(1963년 삼양라면). 당장 식탁에 올리거나 그날 쓸 수 있는 생필품이 선물로 가장 유용했다.
설탕은 그중에서도 최고 인기였다. 설탕은 1953년 제일제당공업(現 CJ제일제당)이 국내에서 처음 생산했다. 이후 삼양사(1955년), 대한제당(1956년)이 설탕 생산에 뛰어들었다. 이전엔 일본 등 외국에서 수입된 설탕에 의존했다. 정부가 1994년까지 설탕을 수입제한 품목으로 지정했을 정도였다. 설탕을 사기 위해 100m씩 줄을 설 정도였지만 그것도 돈 있는 사람들의 얘기였다.
◆1970년대 커피, 화장품 등 인기
"아모레 미보라 화장품". 1970년대는 외국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여성들 사이에서는 화장품이 명절 선물로 인기였다. ◎아모레퍼시픽 제공1970년대는 고도 경제성장기였다. 생필품에서 벗어나 기호품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다방문화가 유행하면서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 커피선물세트가 선물로 큰 인기였다. 커피믹스는 1976년 동서식품이 아웃도어용으로 원두, 설탕, 크리머를 한데 모으면서 시작됐다.
신문물 영향에 여성들에겐 화장품도 인기 명절 선물이었다.◆1980년대 선물의 고급화…과자세트 등장
"롯데제과 종합과자선물세트". 1980년대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였던 종합과자선물세트. ◎롯데제과 제공1980년대는 선물이 고급화되기 시작했다. 술, 커피 등 사치품으로 여겼던 품목들도 수입금지조치가 풀리기 시작했다. 외국 문화 영향에 지갑, 벨트, 양말, 넥타이 등 잡화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지인이 동남아에 간다고 하면 악어가죽지갑이라도 부탁하던 게 이때였다. 아이들에게는 과자선물세트가 인기였다. 중산층 이상에서는 자전거를 선물하기도 했다.
◆1990년대 마트 등장으로 프리미엄 식품
"스팸, 식용유 선물세트". 1990년대 국내 첫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프리미엄 식품이 선물세트로 등장했다. ◎CJ제일제당 제공1990년대는 국내에 첫 대형마트(1993년 이마트 창동점)가 생겼다. 지금의 대표 명절 선물로 꼽히는 스팸, 참치, 식용유 선물세트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대형마트의 영향이 컸다. 홍삼, 굴비, 한우 등은 백화점에서 현대식 포장이 덧씌워지면서 선물로 각광받았다. 해외여행이 더 이상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면서 와인, 올리브오일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2000년대 디지털화·개인화로 상품권 각광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2010년대 들어와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모바일 상품권은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로 자리잡았다. ◎한경DB외환위기를 겪은 직후 2000년대로 들어서자 상품권이 최고의 선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필요한 상품을 직접 고를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부각됐다. 백화점, 마트 등에서 상품권을 활발히 찍어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2010년대는 핵가족화, 1인가구 증가, 스마트폰 보급 등의 영향으로 스타벅스 쿠폰 같은 모바일 상품권 등을 주고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