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모이는 추석,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감염 주의보

올해 환자 14명 발생, 전년비 3.5배 증가
치사율 10%‥생존하더라도 후유증 위험
온가족 모이는 명절 감염 확률 높아 주의
사노피 파스퇴르 뇌수막염 백신 '메낙트라'
우리나라 법정감염병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올해 14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3.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등 수막구균성 질환은 여러사람이 밀집된 환경이나 국제교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 발병 위험이 높다. 최장 10일 간의 추석 연휴 기간 대규모 가족이 모이거나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치사율 10%, 치료 후에도 난청·신경손상 등 후유증 심각

수막구균이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치사율이 10%에 달한다. 치료 후 생존자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 난청, 신경손상 등 후유증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수막구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은 절반 정도가 발병 1일 이내에 생길 정도로 빠른 경과를 보인다"며 "임상적으로 의심이 되면 바로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백신을 접종해 감염증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권고하고 있다.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환경일수록 수막구균성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다. 명절은 전국 각지에서 가족들이 몰려들어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보통 인구의 10~20%가 수막구균 보균자로 알려져 있는데, 수막구균을 지닌 사람과 입맞춤, 재채기, 기침과 같은 일상적인 접촉이나, 컵이나 식기를 나눠 쓰는 환경에서 수막구균이 전파돼 수막구균성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올해 호주에서 어린이 3명에서 수막구균성 질환이 새해 휴가 시즌 대규모 가족 모임을 가진 후 발병한 것으로 보도됐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어린이 자녀를 둔 보호자는 수막구균 백신 접종으로 대비가 필요하다. 기숙사 생활하는 청소년, 대학생도 예방접종 필요

올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 추이를 보면 14명 중 8명이 10~20대 청소년과 청년이다. 수막구균성 질환은 영유아, 어린이 뿐만 아니라 단체생활을 하는 청소년, 군대 훈련병, 대학 기숙사 생활자도 고위험군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의 군 사관학교인 방위대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후보생 1명이 수막구균성 질환이 발병해 입원 6일째 사망했다. 일본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의 수막구균 감염자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대한소아과학회는 "유아원, 학교, 군대 등 특정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사람들에서 수막구균성 질환이 집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기숙사 생활을 하는 중고등, 대학교 신입생이나 유학을 가는 경우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전세계 33개국은 수막구균 백신을 영유아 혹은 청소년에게 필수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는 메낙트라 등 주요 4가지 수막구균 혈청형(A,C,Y,W-135)이 일으키는 수막구균성 질환을 예방하는 4가 수막구균 단백접합백신 2종이 도입돼있다. 2011년 국내에서 수막구균성 질환으로 군대 훈련소 신병이 사망하면서 국방부는 2012년부터 군대 신병들을 대상으로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