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화성·평택 등 경기남부 '입주 쇼크'
입력
수정
지면A16
20년 만의 최대 입주 여파경기 평택, 용인, 오산, 화성 등 수도권 남부 도시들의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년 내 가장 많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내년까지 쏟아지는 영향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서울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지역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며 “경기 남부권에서 아파트 입주 쇼크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전세값 8월부터 하락세
서울 인기 주거지역과 대조적
수원 영통 등선 역전세난
◆내리막길 걷는 수도권 남부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 남부권 도시들의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두 달 동안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평택시 아파트값은 지난 8월 0.19%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엔 0.04% 하락했다. 오산시 아파트도 같은 기간 -0.04%와 -0.02%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 강남과 함께 버블 세븐지역으로 꼽혔던 용인시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매매가는 8월 0.03% 떨어졌고, 지난달에도 0.01% 하락했다.특히 안성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안성은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하락률이 0.59%에 달했다. 8월(-0.14%)과 지난달(-0.26%)의 낙폭도 컸다.
화성에선 인기 신도시였던 화성 동탄2신도시마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이 생기기 시작한 남동탄 지역에선 분양가 대비 1500만원 떨어진 매물도 등장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면서 광역버스가 다니는 메인 도로쪽 아파트 호가마저 1000만원 안팎 하락했다”며 “매수자를 찾는 매도 물건이 널렸다”고 전했다.◆역전세난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남부지역의 입주물량 과잉을 매매가 하락 원인으로 꼽는다. 매수자들이 새 아파트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오래된 아파트, 교통이 불편한 단지가 외면받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9만4166가구다.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39만1012가구가 입주한다. 43만1580가구가 입주했던 1997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다. 그중 경기 지역의 올해 입주물량은 12만9111가구로 전체의 32.7%를 차지한다. 내년엔 15만7925가구로 40.3%까지 육박한다.경기도 입주물량은 주로 남부에 집중돼 있다. 화성시 입주물량이 가장 많다. 올해에 2만2516가구, 내년에 3만1523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시흥시에선 올해 1만1523가구, 내년에 1만3104가구가 입주한다. 수원시에서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는 올해 1만1676가구, 내년 7613가구다. 용인시에선 올해 7718가구, 내년에 1만551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평택시에선 올해 8881가구, 내년 8973가구가 집주인을 맞는다. 입주물량 증가는 곧바로 전셋값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화성시 전셋값은 지난 8월 0.27%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도 0.16% 하락했다. 동탄2신도시 청계동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 6월 최고 3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는 3억원에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수원시 아파트 전셋값은 8월 -0.03%, 9월 -0.05%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용인시도 같은 기간 0.01%와 0.03% 하락했다. 오산시 역시 0.04%와 0.05% 내렸다.조은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경기 남부권 거주자는 서울 접근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SRT, KTX 등 역 인근 단지들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수원 영통 등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전세가를 내려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