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철강·태양광·화학·변압기…미국, 동시다발 통상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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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공세' 수위 높이는 미국…'속수무책' 당하는 한국
불확실성 커진 미국 시장
세탁기, 태양광 전지·패널…2조4000억원 수출 차질
15년 만에 세이프가드 초읽기
ITC "한국 세탁기·태양전지 미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 판정
냉전시대 규제도 동원
한국산 철강제품 상대로 미국 안보피해 여부 조사명령
◆“통상규제 공정하지 않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보호무역을 앞세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해외 경쟁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요구를 받은 미 행정부는 자국 업체에 지나치게 유리한 방향으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삼성과 LG를 ITC에 제소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과거 5년간 평균 수입 물량으로 국가별 수입 쿼터를 할당하고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는 특별관세(47.9%)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자사의 수출 확대가 세이프가드 발동에 필요한 핵심 요건인 ‘예측하지 못한 급격한 수입 증가’와 ‘심각한 산업 피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월풀의 시장 점유율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미국 세탁기 시장이 커지면서 매출과 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항변이다. 월풀의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1.8%에서 2016년 38.4%로 3.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ITC는 이번에 한국 기업의 해명 대신 월풀의 일방적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4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반덤핑 관세율을 최대 24.92%까지 인상한 것도 부당한 통상 규제 사례로 꼽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당시 상무부 판정에 동원된 무역특혜 연장법상 ‘불리한 가용 정보(AFA)’나 ‘특정 시장 상황(PMS)’ 조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설이 다수”라며 “최종 조치가 확정되면 WTO에 제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