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사관 직원 구금이 계기…"쿠데타 진압 후 미국인 투옥 반복된 결과" 분석 워싱턴 주재 터키대사관, 맞대응…"또다른 美공관 직원에 체포영장" 보도
이윤영 기자·하채림 특파원 = 미국이 터키에서 비자 발급을 전격 중단했다.
그동안 말싸움으로 표출된 양국 갈등이 실력행사로 악화하는 양상이다.
터키 주재 미국대사관은 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 미국정부는 미 기관과 직원의 안전에 대한 터키정부의 약속을 다시 따져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하고, "재검토 동안 방문자 숫자를 최소화하고자 터키 내 모든 공관에서 비이민 비자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라 터키 내 모든 미국 공관에서 이민 비자를 제외하고 관광, 치료, 사업, 일시 취업 또는 학업 등을 목적으로 발급되는 비자 업무가 즉시 중단됐다.
미국대사관이 성명에서 언급한 '최근의 사건들'이란 우선 이스탄불 주재 미국영사관의 터키인 직원이 간첩행위 혐의로 체포된 일을 가리킨다.
존 배스 미국대사는 이달 5일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터키가 '앙갚음 외교'를 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 항의했다.
터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메틴 토푸즈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에 연계된 의심을 받는다.
귈렌은 터키정부가 지난해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다.
이번 조처의 직접 계기는 이스탄불 주재 영사관 직원 체포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작년 쿠데타 진압 후 미국인 투옥이 반복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년 여간 터키에 투옥된 미국인은 이즈미르에서 활동한 앤드루 브런슨 목사 등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에는 남부 아다나 주재 미국영사관의 터키인 직원이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지지 혐의로 끌려갔다.
9일 일간지 휘리예트는 터키 사법당국이 또다른 미국영사관 직원에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이 직원이 영사관에 은신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