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이 1년 같다"… 홍준표, '내우외환'에 조용한 취임 100일

당내 평가 엇갈려, "제1야당 존재감 살려" vs "기대에 못 미쳐"
친박청산·보수통합·지방선거 승리전략 마련 숙제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 대표가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별도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조용히 움직였다.당 안팎으로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지난 100일 동안의 공과를 자평하는 통상적인 이벤트는 자제하고, 뚜벅뚜벅 민생 현안을 챙기는 행보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에 취임한 지 1년은 된 것 같은데 100일밖에 안 됐다고 하더라"라며 "취임 100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 등 공식 일정을 계획하지 않았다.아침마다 열리는 당 회의도 이날은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재하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였던 까닭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홍 대표는 여의도 당사로 출근해 오는 23일부터 4박 6일로 이어질 방미 일정을 준비했다.

이번 방미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국당이 당론으로 정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입장을 미국에 직접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홍 대표는 방미 기간 미국외교협회에서 할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며 이날 오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홍 대표가 조용한 취임 100일을 보내기로 한 것은 현재 한국당이 내우외환에 처했다는 상황 인식과 맞물려 있다.

그는 통화에서 "지금은 내우외환이다.당 내부도 정리가 안 됐고 외환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쪼개진 당이고 분열된 당이다.

정상적인 당을 맡은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홍 대표는 국정감사를 비롯한 원내 사안은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맡기고, 연말까지 당 혁신과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작업 등 핵심 당무에 매진할 계획이다.

다만 홍 대표의 취임 100일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례없는 악재 속에서 당을 추슬렀고, 전술핵 재배치나 '공영방송 장악' 이슈를 연이어 띄우며 여권에 맞서는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홍 대표 특유의 '독고다이 리더십'과 취임 직후 그가 내세웠던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음)' 각오에 대한 애초의 당내 기대감에, 실제 홍 대표가 일궈낸 성과가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당 혁신의 핵심 사안인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친박(친박근혜)계 청산 작업을 여전히 매듭짓지 못했고, 이는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진행 속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아직 이렇다 할 혁신 성과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과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당내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도 홍 대표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