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피죤, 친환경·고품질 브랜드로 '100년 기업' 꿈꾼다

피죤 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대표 제품인 피죤, 액츠, 무균무때 등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자연으로 돌아갈 제품은 자연에 가까워야 합니다. 하물며 사람 몸에 닿는 제품인데 당연히 자연친화적 성분으로 만들어야죠.”

1978년 피죤을 설립한 이윤재 회장은 평소 “자연은 우리가 돌아갈 미래”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체와 자연에 무해한 성분’이라는 조건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100년 기업’이 될 수 없을 것이란 확신에서 나온 말이다. 1970년대 가발을 만들어 팔던 동안물산을 세운 이 회장은 품질 때문에 만든 가발 전량을 폐기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를 거울 삼아 피죤은 ‘인체와 자연에 무해한 친환경 품질’이라는 원칙을 지켜내고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품질은 곧 기업의 생존”

몇 년 전 유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졌을 때 굵직한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여러 회사 이름이 나왔지만 피죤 이름은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화학성분으로 만든 내용물을 사와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생활용품 업체들이 모두 가습기 살균제에 뛰어들던 2000년대 초반 피죤도 고민했다. “과연 가습기 살균제가 100년 뒤에도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인가” “화학 살균제 성분이 물과 섞이면서 수증기가 되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지 않나” 등이었다. 하지만 잘 팔리는 상품을 너나 할 것 없이 내놓는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았다. 그 결정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으로 돌아왔다.피죤 창업 이후 지금까지 품질 문제 때문에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신뢰를 쌓은 덕분이다. 피죤을 대표하는 섬유유연제 ‘피죤’을 비롯해 액체세제 ‘액츠’, 살균세정제 ‘무균무때’, 탈취제 ‘스프레이피죤’ 등 전 제품 제조공정에서 유해 화학성분(CMIT, MIT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당장의 이윤에만 집착했다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제조 과정도 손쉬운 화학성분에 손을 대는 게 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품질은 우리 회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이 회장 뚝심 때문에 40년 동안 토종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일찌감치 체험 마케팅 펼쳐

품질만은 자신 있었지만 처음부터 피죤이 잘 팔린 것은 아니다. 지금은 ‘섬유유연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1970년대 후반에는 처음 보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판매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세탁기나 세제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그때부터 피죤은 미래를 내다보고 섬유유연제를 만들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빨래 문화가 선진화되면 결국 우리 제품을 소비자가 알아줄 것”이라고 이 회장은 확신했다. ‘체험 마케팅’이라는 말이 없던 그 시절부터 이 회장은 샘플을 직접 들고 다니며 소비자에게 경험해볼 것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써보지 못한 제품군이기 때문에 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당시 이 회장과 직원들은 몇 년 동안 1t 트럭 1200대 분량의 샘플을 전국 방방곡곡에 나눠주면서 ‘섬유유연제 피죤’을 알리기 시작했다. 1983년 “빨래엔 피죤”이라는 광고 문구가 TV와 신문에 나오기 시작하자 체험 마케팅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피죤을 쓰면 거짓말처럼 정전기가 사라지고 향기도 좋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아예 존재하지 않던 섬유유연제 시장을 피죤이 만들어 내자 글로벌 기업들도 잇따라 한국에 진출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가격을 낮추고, 전국에 제품을 대량 판매하는 전략을 썼다. 피죤은 반대로 갔다. 오로지 품질, 즉 고급화에 치중했다.

피죤은 ‘안전하고 신뢰받는 종합 생활용품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옷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도록 정전기 방지 기능을 더 강화한 피죤 리치 퍼퓸, 기름기 제거 효능을 강화한 액츠 퍼펙트 솔루션 등을 개발했다.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폐렴간균 등 인체에 유해한 세균을 99.9%까지 박멸하는 무균무때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피죤과 액츠 등은 인산염,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논, CMIT, MIT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전혀 넣지 않았다.

이주연 피죤 사장은 “피죤이 제품을 출시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내가 고객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인가’ 하는 점”이라며 “‘품질 본위’는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피죤의 경영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